'숫타니파타'라는 불교경전은 '법구경'과 쌍벽을 이루는 부처님의 시 모음집(詩集)으로 불교역사상 가장 이른 시기에 편찬되었다고 전해진다. 바로 이 경전에 예전에 베스트셀러였던 소설의 제목으로 잘 알려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여기에 나오는 ‘무소’는 코뿔소를 말하는 것으로 인도코뿔소는 머리에 한 개의 뿔이 있다. 보통의 뿔 달린 동물들이 두 개의 뿔을 갖고 있는데 비하여 오직 인도코뿔소만이 뿔이 하나라고 하는데, 코뿔소는 공격이 아니라 자신과 새끼를 지키기 위해 뿔을 사용한다고 한다.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새끼를 지키기 위하여 오직 뿔에 온 전력을 모아 흔들림과 망설임 없이 돌진한다고 한다.
뭔가 심오한 의미를 갖고 있음직한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경전에 실린 말씀의 의미를 ‘이것이다’라고 한마디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단지 집착과 애욕을 끊고 혼자서 살라는 의미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을 사랑하는 부부나 연인 혹은 형제간일지라도 사랑이란 결국 부질없는 것이기에 언젠가 헤어질 사람에 미련두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더욱 혼란스러울 것이다.
불교에서는 행복하거나 불행하거나 혹은 즐겁거나 괴롭거나 내게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부처님의 뜻도 아니고 운명의 뜻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랑하여 즐겁거나 헤어져서 괴롭거나 그 모든 원인이 바로 나에게 있음을 알고 흔들리지 않는 굳은 사랑을 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혼자’라는 용어만으로 단순히 세상과의 단절이나 독불장군으로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생각이다.
주위의 어떤 말이나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말고 자신의 주관을 가지고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행하라는 의미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여기에는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이 있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가라고 했으니 남들이야 어떻든 상관없이 내 마음대로만 살아간다면 세상은 혼돈으로 넘쳐날 것이다.
우연히 읽게 된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 주어라”는 마태복음(7-12)의 말씀이 참 오랫동안 가슴에 남아있다. 내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남 또한 나의 말을 듣지 않게 되리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요즈음 우리는 ‘무소’가 아니라 ‘정신나간 망아지’와 같이 소신도 철학도 없는 일들을 자주 보게 된다. 엊그제까지의 소신을 접고 놀라운 변신을 보여준다거나, 국민에 대한 정부의 약속임에도 사정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것은 참 안타까운 모습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2년만에 또 바뀐다는 백년대계라는 교육정책의 변신은 너무도 한심스럽다는 생각마저 든다. 어느 정권에든 통용되는 변함없는 원칙을 세우고 어떤 유혹과 강압에도 묵묵히 그러나 어김없이 밀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은 지나친 욕심일지 궁금하다. 눈과 귀를 막고 가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위험하다.
높은 곳에서 멀리 내다보고 먼 곳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지만 결코 원칙과 그에 따른 소신을 잊지 않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 특정 소수 집단만을 위함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보통 국민의 내일을 행복으로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