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적

수요칼럼 = 장병용 목사 (사단법인 에이블아트 이사장, 등불감리교회)

심장을 두드리는 시원(始原)의 소리가 울렸다. 뒤 이어 원초적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 ‘자연의 눈물’이 끝없이 퍼져나갔다. ‘레인보우 두들소리’의 북소리와 필리핀 팀의 ‘자연에 귀기울이’라는 노래로 ‘제10회 아시아 태평양 장애인 음악제’의 막을 올렸다.

교통사고로 ‘고차뇌기능장애’를 입고 그 장애를 감사로 승화시키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일본팀의 ‘해방’이란 곡은 모두에게 공감의 눈물을 자아내게 했다.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한국의 ‘희망새’는 팀의 이름대로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희망의 날개를 달고 함께 가자고 힘차게 노래했다.

“눈이 먼 아이들은 달의 여신에 대한 전설을 들었고, 들을 수 없는 아이들은 수화를 사용해 연을 날렸습니다.” 중국팀의 눈물어린 시가 가락을 타고 꿈꾸듯 흐르고, 얼굴이 기형이 돼 말을 못하게 됐지만 피나는 연습 끝에 말을 하고 노래까지 하게 된 베트남 여자 가수가 한 손으로 치는 기타 반주에 맞추어 노래하는 모습은 눈물겹게 아름다웠다.

청각,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몽골팀, 네팔팀의 전통춤은 그야말로 가능성의 예술(에이블 아트) 그 자체였다. 이번 참가팀 중에서 가장 많은 9명으로 구성된 ‘삶의 힘을 주는 사람들’이 부른 ‘난 살아있어!(I Am Alive)'는 장애인들의 당당한 인권선언이자 삶의 열정과 꿈을 그대로 드러내는 신명난 곡으로 관중들을 뜨겁게 사로잡았다.

“그래 우린 달라/하지만 우릴 봐/노래 부르고 기타치고/남을 돌보기도 해/우린 미래를 꿈꾸지/우린 살아있어/ 우리의 심장은 불타올라/우린 자신 있어/우린 활짝 웃어/당당하게 살아가/ 우린 살아 있어!”

작가이자 멀티미디어 제작자로 홍콩 젊은이 ‘10대 인물’로 선정되기도 한 웡밍양, 크리스티나의 ‘침묵의 기도’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만든 노래로서 수화를 하며 맑은 영혼의 소리로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며 잔잔한 감동을 전했다.

이들의 음악은 한마디로 기적의 소리, 영혼의 노래, 가능성의 예술이었다. 그들의 삶과 영혼의 밑바닥에서 우러나오는 절절한 노래는 독특했고, 순수했고, 아름다웠다.

모든 관객들은 그 어떤 공연에서도 느낄 수 없는 장애인들의 아름다운 예술혼에 충격을 받은 듯 했고, 아낌없이 기립박수까지 보냈다. 한 번의 공연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장애인 비장애인이 격 없이 하나 되는 기적의 자리였다.

 ‘제10회 아시아 태평양 장애인 예술제’는 3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장애인 문화예술 축제로 한국 수원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지난 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5일간 열렸다. 개막식과 에이블아트 컨퍼런스, 참가국 대표들이 함께하는 네트워크 미팅, 음악제, 폐막식 등으로 진행된 이 행사를 통해 한국에 처음으로 ‘에이블 아트 운동’(가능성의 예술, 장애의 예술)을 소개하고, 장애인문화예술에 대한 진보와 확산을 새롭게 모색하게 됐다.

장애인문화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관심이 전무한 가운데 이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기적이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전문인력의 부재, 신종 인플루엔자로 인한 불안감, 촉박한 시간, 냉소적인 주변상황 등을 딛고 아름답게 이 행사를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공감의 힘’ 때문이었다.

이 일이 이 땅의 장애인, 비장애인들에게 꼭 필요하고 소중하다는 마음들이 물방울처럼 모아져 깊고 큰 사랑의 바다를 이루어 아름다운 기적을 낳은 것이다.

이제 다시 이어질 아름다운 기적을 꿈꾸며 겸허한 하늘빛 마음으로 모두에게 감사의 두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