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의 소리없는 경고 (上)

환경 특별기고 = 김정섭 (환경예술가)

바야흐로 여름을 지나 가을이 시작되는 계절이다.
그러나 가을이 그리 쉬이 오기를 꺼리는지 아직은 한낮의 더위는 여름을 방불케하면서 밤낮의 일교차도 심하게 차이가 난다. 계절의 씨름에 지쳐갈 무렵 오랜만에 가족들이랑 휴일을 이용해 영화관에 다녀오게 되었다.

한 달 전부터 아이가 보고싶다고 조르던 ‘해운대’라는 국내영화였다. 관람객의 수가 천만명을 넘었다는 기사를 신문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다가, ‘한국형 재난영화’라는 카피가 마음에 들어 보고오기로 결정했다.
휴일 한낮인데도 상영관은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관객들은 웃기도 울기도 하며, 영화가 끝날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을 정도로 시나리오가 탄탄한 영화였다.

이 영화는 2004년에 있었던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장면을 시작으로하여 부산 해운대를 배경으로,  ‘메가 쓰나미’를 소재로 여러 인간 군상들의 사랑과 우정, 가족애등을 풀어나간다는 내용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엇보다도 나의 관심은 ‘쓰나미’가 나오는 장면이었다.
물론 실제의 쓰나미 장면을 촬영한건 아니었다.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여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와 도시와 건물들을 파괴하고, 도망가는 사람들을 휩쓸고 나가는 장면을 보여주었지만, 재난상황을 표현하는데 있어 부족함은 없었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한번 지난 2004년에 있었던 인도네시아의 쓰나미사건을 찾아 보게 되었다.
지난 2004년 12월 전세계가 연말과 크리스마스로 인해 들뜬 분위기에 있었던 당시에, 우리나라에선 그리 멀지않은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에서 거대한 쓰나미로 인한 피해가 일어났었다. 인도네시아의 북수마트라 지역에서 발생한 강진의 영향으로 일어나 해일은 인도네시아 뿐만이 아니라, 인접 국가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인도네시아는 물론 스리랑카, 인도, 태국등에서 약 20만명의 이상의 사망자를 내었다.
더구나 태국의 푸켓과 같은 곳은 관광지로 유명한 곳이라서, 관광객 사망자의 숫자도 사고후 날이 지날수록 늘어만 갔다. 전세계에서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구명활동하는 사진과 기사들을 텔레비전과 지면을 통해 접하면서, 이런한 불행이 우리에게 일어난 것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숨을 내쉬었지만, 사실 우리나라에서 지역적으로 먼 곳이라는 지역적 안도감 때문에 그리 몸으로 느낄만한 공포감을 가지진 못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다시 생각난 사건이 있었으니, 지난 2008년 5월 4일 충청남도 보령에서 일어난 해일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더구나 그 사건은 근처 카페의 폐쇄회로 화면으로 녹화된 사고 장면이 고스란히 방송을 타고 전국민이 보게 되었기에, 체감하게된 공포의 정도가 인도네시아의 해일보다도 더욱 컸었던 것이다.
평온한 연휴에 바닷가에 낚시를 하러 오거나 놀러온 가족들이 일순간 파도에 휩쓸려서 그 자리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장면은 지금도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남아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