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가 사는 마을

특별기고 = 김정섭 (환경예술가)

지난 주말, 정말 오랜만에 은사님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의왕시 오전동에 위치한 조그만 작업실. 저 모락산의 맑은 공기가 따가운 가을볕과 함께 아름다운 가을 한낮의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세상의 시끄러운 소리와 멀어져 지난  이야기를 나누며, 바람소리, 근처 개울가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다보니, 어느덧 저녁 해가 넘어 가고 있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인사를 드리고 나오려는 찰나 무언가 눈앞에서 반짝이며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반딧불이였다.

이 삼십 년 전 만 해도  여름날 저녁이면 동네 개울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반딧불이를 오랜만에 보게 되니, 오랫동안 잊고 살던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갑고 푸근한 기분이 들어, 얼른 카메라를 들어 사진에 담아 보았다. 게다가 이 곳이 반딧불이가 살수 있을 정도로 깨끗해 졌나 싶은 생각에 다시 한번 작업실 근처를 둘러보게 되었다.

반딧불이는 천연기념물이다.
천연기념물이란  한국의 특유한 식물이거나 학술적 가치가 있는 식물과 조림, 동물로 한국의 특별한 동물이나 철새 등 희귀한 동물들과 관상적으로 독특한 동물 및 광물과 동굴, 그리고 천연기념물들이 서식하는 광범위한 구역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특별히 우리나라에서는 곤충 두 종류가 천연 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데, 또다른 하나는 ‘장수하늘소(Callipgon relictus)’이다. 반딧불이는 주로 애반딧불과 늦반딧불이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다.

‘개똥벌레’라 불리우기도하는 반딧불이는 주로 6월 중순의 초여름부터 8월중순까지 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이 9월인데도 반딧불이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혹시 예년보다도 높아진 기온 때문일까? 아니면 이 가을 마지막 남아있던 여름의 흔적이었던 것일까?

반딧불이는 비교적 수온이 높고 영양분이 풍부한 물이 항상 고여 있어, 먹이가 풍부하고 숲이 우거진 곳에 주로 서식한다. 즉, 반딧불이의 서식환경은 물과 땅, 그리고 주변 환경의 세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동네 논밭이나 개울가에서 흔하게 발견할 수 있었던 반딧불이는 농약의 사용이나 반딧불이의 먹이인 다슬기가 사는 곳이 줄어듦에 따라 함께 사라지기 시작하여,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시골에서도 반딧불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먹이인 다슬기 역시 깨끗한 물이 흐르는 환경이 아니면 살수가 없다.

반딧불이는 그 생체 자체의 희귀성 보다는 청정한 지역이 아니면 살수 없는 반딧불이의 서식 조건 때문에, 반딧불이는 거의 멸종수준에 이르렀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반딧불을 볼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지만, 대표적으로 경북 영양과 전북 무주군이 대표적인 반딧불이 생태계로 알려져 있다.

반딧불이는 배마디 끝부분에 빛을 내는 기관이 있어, 6월경이 되면 짝짓기를 위해 꼬리 끝에서 빛을 내며 밤에 날아다닌다. 밝은 형광 빛을 내면서 아주 느리게 날아다니기 때문에 잡기도 쉬워서 여름날 저녁엔 밤하늘을 수놓던 반딧불이를 따라 친구들과 잡으러 다니던 기억이 새롭다.

반딧불이라고 하면, 문명과는 거리가 먼 한적한 산골이나 고요하고 깊은 산중에 유유하게 떠다니는 곤충으로만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 전까지 반딧불이는 사람들과 항상 밀접하게 살고 있었고, 그때만 해도 우리의 주변 환경은 지금과 비교할 때, 많은 부분에 있어서 환경적으로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었던 시절이었다.

반딧불이는 굉장히 민감한 곤충이라고 알려져 있다. 서식환경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곤충이기 때문에 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환경은 아주 청정한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그 청정한 지역이야 말로  우리 인간이 살아가기에도 최적의 환경 조건임을 인식해야 한다.

근래 환경의 파괴만큼이나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요즈음 새로 짓는 아파트의 광고를 보더라도 아파트 단지 내에 생태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 보이고 있거나, 차라리 자연 환경이 월등히 나은 도시 외곽에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행동에 있어서는 막상 어찌해야 하는지는 참으로 답답하고 어렵기만 하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벌어지는 자연환경의 훼손.
식량확보를 위한 살충제투입이나 식수, 농업용수의 확보를 위한 강줄기의 변형, 주거지 확충을 위한 삼림이나 자연의 파괴 등.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가 더 편하게 살기 위해서 많은 것을 희생시키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그러나 우리가 조금만 더 자연에게 양보하고 노력한다면 우리가 자연과 함께 공존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우리가 다른 생명의 삶을 부정하는 행위야 말로 우리의 삶 자체를 부정하게 되는 것이다. 나무도 없고 새들도 떠난 황량한 곳에서 인간의 삶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요즘 반딧불이를 살리고 환경을 보존하자는 의미의 많은 반딧불이 관련 행사가 벌어지기도 한다. 대표적으로는 무주와 인천 계양산 그리고 가까이에서는 군포의 반딧불이 축제와, 얼마 전 강원도 강릉시에서는 반딧불이가 살수 있는 생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반딧불이의 먹이인 다슬기를 방류하기도 하는 등 반딧불이의 생태와 환경보전에 관해 알리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행해지고 있다.

이는 단지 천연 기념물인 반딧불이라는 곤충을 번식시키려고만 하는 취지로 보아서는 안되며, 또한 그러한 노력들이 단지 사람들을 관심과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 위한 행사로서만 인식되어도 안 된다.
반딧불이가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바로 그날, 우리가 사는 곳이 맑고 깨끗한 곳이 되는 날임을 알아야 한다.

반딧불이가 사는 마을에서 살고 싶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마당 한 켠 침상에 누워, 별이 빛나는 하늘과 그 하늘을 날아오르는 반딧불을 보며 잠이 드는 그런 저녁을, 한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