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승원 주지·불교사상연구회 이사장>
'잡비유경'이라는 경전에 실려 있는, 때로는 향불 대신 기름이나 겨자씨의 비유로 널리 알려진, 유명한 이야기이다. 모든 인간은 삶의 과정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실패하거나 누군가가 죽거나 장애를 겪는 등 한두 가지 이상의 고통을 겪는다. 그리고 그 순간 그런 불행이나 고통이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것처럼 생각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어리석음을 저지른다. 이렇게 볼 때 고통의 원인이 특정한 대상에 대한 자신의 집착이나 배타적 사랑의 결과임을 일깨워주는 부처님의 포교방법은 특히 불의의 사고나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최고의 포교방법이라 할 수 있다.
엊그제 내린 겨울을 재촉하는 넉넉한 비로 뒷산의 예쁜 단풍이 마당에 뒹굴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인생은 무상’이라고 하며 서글프고 허무하고 염세적인 느낌을 떠올린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무상이란 말은 ‘허무하고 쓸쓸함’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용어이다. 왜냐하면 불교에서의 무상이란 ‘항상 함이 없이 변해가는 것’이라는 의미로, 떨어지는 낙엽뿐만 아니라 ‘이른 봄 메마른 가지에 싹 트는 푸릇푸릇함’ 또한 무상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 그 자체가 바로 무상이다.
10년 만에 바뀐 정권의 주인공들이 마치 세상이 자신들의 것 인양 벌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크게 보아서 정권이 바뀌며 서로의 잘못을 보충해 나가는 것이 진정한 국가의 발전이라고 생각하는 보통사람들에게, 전임의 모든 것은 바꾸어야 할 대상인 듯 뒤집어 버리는 모습을 보며 국가의 앞날이 너무도 걱정스럽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언젠가는 바뀌게 될 정권이라는 엄연한 진리를 그들만은 전혀 잊고 사는 사람들 같아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오랜 시간의 논란을 거치고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지난 정권의 여당과 야당의 합의까지 거치면서 결정된 세종시 문제를, 선거 때 국민 앞의 약속은 어느 덧 잊어버리고 말도 되지 않는 괘변으로 백지화시키려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이 나라 국민이라는 것이 너무도 참담했던 나의 느낌이 틀렸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국민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사법부의 후대의 조롱거리가 될지도 모를 아리송함으로 권력의 시녀화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꼈던 허탈함은 나만의 착각이길 진정 바란다.
그렇게 국가의 발전과 안위를 걱정하는 분들이 왜 대다수의 국민들이 걱정하고 반대하는 소위 4대강 사업이라는 것을 그토록 졸속으로 밀어붙이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국토의 근간을 바꾸게 될지도 모를 엄청난 사업을 왜 그리도 급하게 서두르는지 누군가 납득시켜 준다면 좋겠지만 주위의 어느 누구도 시원한 답을 주지 못하니 그 또한 답답할 노릇이다.
이 세상 어느 것도 변함없이 영원하지 않다는 무상의 의미를 망각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본 뒤에 결정을 내려도 좋으련만, 엊그제 읽은 어느 분의 “못 배운 사람들의 무지보다 무서운 것이 배운 사람들의 억지다”라는 말이 꽤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