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제로부터 1945년 8·15해방 후 북쪽은 공산정권 남쪽은 민주정권이 들어 설 것을 예견한 외조부께서 시집간 딸들을 만주와 북한에 두고 두 아들과 시집을 가지 않은 필자의 어머니와 여동생을 데리고 당시 휴전선 이남으로 길잡이를 하는 사람에게 거금 3000환을 주고 38선을 넘어 지금의 철원 금화 쪽으로 밤새 걸어 월남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손발이 달토록 고생하며 길러준 어머니의 은혜에 감사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6남 6녀를 낳고 83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정치에도 관심이 많으시고 동네에서 골목대장을 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어머니이기에 솔직히 자랑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수원 권선동 한 주택가의 공원 정자에 80세 전후의 할머니들이 동네 노인정으로 삼아 쉬는 곳이 있는데 그곳으로 어머니가 황급히 불러 필자와 여당소속 M시의원이 함께 스무 분 남짓 모인 어르신들에게 달려갔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쉴 수 있지만 겨울에는 오갈 데가 없으니 노인정을 만들어 달라는 말씀이 주요 요지다.
또한 기초생활수급자가 국가로부터 받는 돈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정말 어려워서 끼니를 굶는 사람들은 지원이 전혀 없고 아들딸 버젓이 있고 재산이 있는데도 어렵다고 지원을 해주는 정부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덧붙여 하는 말이 “나를 대통령을 시켜 달라. 지금 대통령 보다 훨씬 잘할 수 있다. 나는 5개 국어도 할 수 있다”고 말하기에 필자가 “엄마! 우리말, 중국어, 일본어는 하시는 줄 알지만 2개 나라는 어느 나라입니까?”라고 물었더니 “쏘련말 이지수다, 돌아스.” 그럼 또 하나는? “미국말”이라고 하시기에 “미국말 은 뭘 아시는데요?”했더니 “케이 비 에스, 엠 비 씨, 에스 비 에스”라고 해서 한바탕 웃었다.
인근 아파트에 노인정은 있지만 아파트에 살지 않으면 받아주질 않는다. 그렇다고 집안에 혼자 있긴 너무 외롭고 쓸쓸하다.
어머니 말씀은 “올겨울이 지나면 이 중에 어떤 할멈이 죽을지 모른다”며 “봄까지 기다리기는 너무 멀다. 하루라도 빨리 쉴 곳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또 “공무원들이 뭘 알겠어. 우리 동네 못사는 사람 우리가 더 잘 알지”라며 기초생활 수급자의 정부지원이 잘못이 많다는 불만도 토로하셨다.
시장은 시 전체를 관리해야 하고 구청장은 구 전체를 살펴야 하지만 동장은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주민들의 애로사항이 무언지 어디가 아프고 어디가 가려운지를 꼼꼼히 파악해 즉각 상부에 보고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날씨가 더 춥기 전에 관계 공무원이라도 동네 구석구석을 살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급해서 잠시 스쳐지나가는 동장이나 동 직원이 아니라 우리 부모 형제자매가 항상 함께 살아야 할 우리 동네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권선동 골목대장 황신애 할머니와 동네 어르신들이 올겨울 따뜻한 사랑방에 모여 그들만 아는 5개 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