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디오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왔다. 이 가게에서는 담배도 판매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앳된 얼굴의 학생이 담배를 사러와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아버지의 심부름이라며 담배를 달라고 떼쓰는 남학생,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와서 담배를 달라고 하는 학생 등 가지가지다. 그럴 때면 항상 꼼꼼히 확인하고 판매를 한다. 단속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담배 판매점도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네를 지날 때 보면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담배 피우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나는 그들이 어떻게 담배를 살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어느 날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담배를 사러오셨다. 아들이 사오라고 하셨다며 찢어진 종이에 엉망인 글씨체로 수입 담배 이름이 적혀있었다. 그런데 그 글씨가 어른의 글씨라기보다는 아이의 글씨 같았다. 이상하게 여기던 중 가게 유리창 너머로 교복을 입은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이 가게 쪽을 힐끔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할머니가 그 고등학생들을 대신해서 담배를 사러 오신 거였다.
그 뒤에도 이런 일이 몇 번 있었다. 한번은 40대 초반의 아주머니가 담배를 사러오셨는데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저기 고등학생들이 나보고 담배 좀 사다달라네”
요즘 ‘향기 담배’니 하는 담배가 청소년들에게 유행이라고 한다. 그런데 청소년 흡연이 그 아이들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일까?
더 이상 길에서 담배를 피워도 꾸짖어 주는 어른이 없고, 심지어 담배 심부름을 해주는 어른까지 있는데 그 아이들은 자신들의 흡연이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기는 할까?
‘어른’이라는 것은 체면을 차리는 모습보다는 어린아이들을 훈계하는 모습이 더 잘 어울린다.
(김다영·수원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