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급공사 선금제도와 '각주구검'(刻舟求劍)

특별기고 = 강장봉 의원 (수원시의회)
중국 춘추전국시대 초나라 사람이 평소 애지중지하는 칼을 품에 안고 양자강을 건너고 있었다. 배가 강의 한가운데 이르렀을 때 그만 아끼던 칼을 물에 빠뜨리고 말았다.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그는 주머니에 있던 작은 칼을 꺼내어 칼을 빠트린 뱃전에 자국을 내어 표시를 해 놓았다. 나중에 표시를 해 놓은 곳에서 칼을 찾을 생각이었다. 배가 반대편 어귀에 닿자 표시를 해 놓은 배 부분의 물속으로 뛰어 들어가 칼을 찾았으나 찾을 길이 없었다.
융통성 없이 현실에 맞지 않는 낡은 생각을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것으로 ‘여씨춘추’의 ‘찰금편(察今篇)’에 나오는 말이다.
 수원시 2009년도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하면서 이와 같은 중국고사를 떠올렸다.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의 계약 및 이행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자치단체는 당해 공사의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도급계약금액의 최고 50%까지 선금을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선금은 당해 공사를 추진하는 원도급사와 하도급사의 인건비와 자재비, 노무비 등으로만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다.
190억원의 삼성로 확장공사를 공동으로 시행 중인 J건설과 A건설은 선금을 신청하라는 수원시의 요청에 따라 2009년 3월 25일 9억원과 4억5천만원인 13억5천만원을 각각 신청했다. 하지만 수원시는 J건설 한곳으로만 13억5천만원을 지급했다. 또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 중인 11월이 지나도록 선금의 14%인 1억7490만원만이 집행됐을 뿐이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공사의 선금은 당해 공사의 인건비나 자재비 등으로 사용하겠다는 각서를 수원시에 제출한 해당 건설사의 입장에서 선금을 집행할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안 된 것이다. 도로의 확장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토지의 보상이 선결돼야만 토목과 포장공사는 물론 도로 주변에 나무를 식재할 수 있는 일이다.
 쓸 수 없는 선금을 주고 조기 집행을 했다고 보고를 하는 우리의 행정수준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정부의 섣부른 조기 집행이 결국 균형적인 예산편성과 집행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공사의 선금은 당해 공사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적기에 지급하는 것이 생명이다. 도로공사의 기초적인 토지 보상도 되지 않은 토목시공사에게 도로공사를 하라고 하고, 도로 주변에 나무를 식재하라고 하면 지나가는 아이도 웃을 일이다.
집행할 수 없는 선금을 받은 기업은 자금의 경색 탈피를 위해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는 유혹을 벗어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당초 선금의 집행 목적에 없었던 J건설은 산재보험료와 고용보험료를 6천만원을 집행했다고 서면으로만 보고를 했으나 근로복지공단에 확인결과 1491만원에 불과했다.
또 한 사례는 지방자치단체의 계약 및 이행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원도급자가 수원시로부터 공사의 선금을 수령하게 되면 원도급자는 하도급자에게 5일 이내에 선금 수령 사실을 서면으로 통지해야 함은 물론 수원시 계약 담당자는 15일 이내에 하도급업체에 선금의 지급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로 확장 공사의 경우 공동 도급사가 타 지방업체인 점을 감안하면 수원시가 발주하는 각종 공사에 수원시 소재 하도급 업체의 선금 지급에 대해 세심한 노력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수원시민의 세금으로 조성하는 각종 공사에 정작 수원시 소재 중소건설사들의 자금난을 우리 스스로가 외면해서는 안 될 일이다.
또한 행안부 규정대로 선급금의 사용이 완료된 경우에는 증빙 자료와 영수증은 물론 통장 사본 일체까지 제출받는 것이 의무화돼 있는 것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각종 공사의 선금 제도는 지방 건설사들의 자금난 해소와 공사의 적정 공기 확보를 위해서는 매우 필요한 제도이다.
현장 여건을 감안하지 아니한 채 선금의 획일적인 신청과 지급은 담당 공무원 스스로의 감독 기능 소홀과 기업의 모럴헤저드(도덕불감증)를 초래할 수 있다.
융통성 없이 현실에 맞지 않은 낡은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잃어버린 칼을 뱃전에 찾는 초나라 사람의 각주구검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