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원문화재 보존에 나선 청소년들

수원의 청소년들이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과 화성문화제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열정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는 신선함을 던져 준다.

화성이나 조선 왕릉은 단순히 능이나 무덤 정도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적어도 여기에는 역사, 정치, 경제, 문화, 섬세한 과학적 건축기법과 풍수지리, 조경 등 당시 조상들의 얼과 생활상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조선역사의 거대한 발자취다.

이번 수원 청소년들이 수원화성문화제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청소년문화재지킴이단’을 구성해 토론회를 갖고 향후 문화재 보존에 앞장 설 것을 다짐한 것은 정부조차 지원을 외면하고 있는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를 새삼 일깨우게 한다.

수원KYC와 수일고, 수원공고, 신풍초교, 영복여고, 태장고, 청명고는 이미 청소년문화재지킴이단으로 문화재청에 등록해 1년 동안 모니터활동을 전개하고 그 활동 결과와 수원화성을 비롯한 문화재 보존 방안 등에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특히 ‘수원 청소년문화재지킴이 네트워크’(가칭)가 구성돼 올해 활동을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문화유산보존의 중요성을 학교, 사회에서 널리 알려 일깨우는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확대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하니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도 아무런 도움 없는 중앙정부의 무관심이 이들에겐 어떻게 비칠지 개탄스럽다.
이들은 ‘수원화성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열린 청소년 문화재지킴이들의 모니터 결과 보고와 제안, 사례발표는 물론 토론회에선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한 다양한 사례와 의견들도 제시됐다. 이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갸륵한 활동에 찬사를 보낸다. 단지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는 명예만으로 만족하려는 정부와 기성세대는 부끄러울 줄 알아야 한다.

토론회 참가자 중에는 지난해 수원KYC에서 주관했던 ‘수원지역 내 고장문화재지킴이 날’에 화성 시설물을 무소유로 입양한 가족 자녀들의 모니터 활동이 소개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더욱이 문화제 행사 때는 물론 평상시 문화재 시설물 보호의식이 부족한 기성세대를 향해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조상들의 얼을 기리는 근엄한 문화제에 시민퍼레이드 차량 위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낯 뜨거운 옷차림새와 무질서한 주민센터 천막으로 보행을 가로막는 행사장의 꼴불견을 지적하기도 했다. 장안공원 성벽을 활용한 무대설치, 깃발전시로 인한 성벽 여장의 훼손 우려를 제시해 지킴이들로부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세계문화유산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만이라도 잘 보존하려면 그에 따른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경관관리를 비롯한 원형보존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등재에서 삭제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이 점을 우려한 청소년문화재지킴이단의 활동은 우리 모두의 본보기다. 아울러 문화유산이 제대로 보존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