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첫발부터 삐걱대는 미소금융

금융회사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소액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빌려주는 미소(美少)금융이 출범 며칠도 안돼 까다로운 자격조건으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래서는 친서민 정책이라는 본래의 취지가 무색할 수밖에 없다.

지난 14일 삼성그룹 수원 팔달문시장 1호점 오픈을 계기로 미소금융 사업이 본격 시작됐다. 그러나 이곳을 찾은 방문객의 80%가 상담조차 받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창구 직원들이 미소금융 취지와는 동떨어진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소금융은 최대 25만 가구의 저신용·저소득 계층에 연 4.5% 이하의 저리로 500만~1억원의 자활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대기업과 금융권 기부금, 휴면예금 등으로 2조2000억원이 조성돼 향후 10년간 운영된다. 그래서 미소금융 그 자체가 서민들의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행초 벌어질 수 있는 착오라고 이해하기엔 너무 거리가 멀다. 어려운 저소득층을 위한 무담보 금융정책이라기보다 일반 대출과 다를 바 없는 복잡한 대출조건으로 정작받아야 할 수혜자가 발길을 돌린다면 미소금융 사업은 실패작이 될 것이다.

지난 23일 김모(55)씨는 휴대폰 대리점을 차리기 위해 준비금 4000만원 중 부족한 3000만원을 대출받으려고 삼성미소금융을 찾았으나 창구에서는 자기자본 100% 미만에서 가능하다는 창구 직원의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500만~1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는 광고를 보고 찾았는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거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 경영난으로 자신이 운영하던 방화벽 제조업체 문을 스스로 닫아야 했던 최모(65·안양)씨는 6000만원의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역시 제조업이라는 이유로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제조업과 금융·보험업 및 관련 서비스업, 사치성향적 소비·투기 조장업종은 대출 불가업종이라는 이유에서다. 최씨의 말대로라면 과연 대출받을 대상업종은 무엇이냐는 항변이 설득력을 준다.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기 어려운 신용등급 7~10 등급의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저리의 자금을 융자해 준다는 미소금융 제도야 말로 금융 역사에 획기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실제로는 갖가지 이유를 달아 대출을 막고 있다면 정작 미소금융이  성공할 수 있겠는가.

한정된 상황에서 대출 희망자가 몰려 대출 거부율이 상승한다면 원성만 키울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아직 미소금융재단에는 대출 심사 등과 관련해 통일된 기준이 없는 상태다. 낮은 금리에 따른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문제다.

하여 자활의지가 분명한 사람과 ‘눈먼 돈’으로  악용할 사람을 선별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있어야 한다. 미소금융이 포퓰리즘의 산물이 아니라 진정으로 서민들을 미소짓게 만드는 제도로 정착하려면 자활의지를 갖고 있는 서민에 혜택이 될 수 있도록 개선점과 예방책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