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만들어 준 폭설

녹색칼럼 = 윤경선 (수원시의회 의원)

지난 4일 서울은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하고 수원도 역대 3번째의 눈폭탄이 내렸다. 덕분에 새해 첫 출근길은 아수라장이 됐다. 평소에 20분씩 걸리던 길은 2시간이 넘어서 도착하게 되고 시민들은 버스정류장에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느라 동태가 돼버렸다. 온 도시가 눈으로 몸살을 앓은 하루였지만 그 와중에도 내가 살고 있는 금곡동 엘지빌리지 동네 곳곳에서 따뜻한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하루 종일 경비 아저씨가 눈 치우느라 고생을 많이 하셨다. 오후 2시쯤 눈이 그칠 무렵 7층 지영이 엄마가 눈을 치우는 일을 거들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오며 눈 치우는 것을 본 남편이 눈을 치우러 나가자고 해 마침 집에 있던 나와 남편, 아이들 4명이 눈 치우는 일을 함께 했다. 하루 종일 고생하시던 경비아저씨는 좀 쉬시라고 경비실로 들어가게 하고 다섯 명이 눈을 치우고 있는데 지나가시던 아저씨 한 분이 합류하고 또 한명 또 한명…. 조금 지나고 보니 아이들을 빼고도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눈을 치우고 있었다. 눈을 치우다보니 중국산 염화칼슘 이야기도 나온다. 요즘 눈을 치우는 데 중국산 염화칼슘이 싸서 많이 사용하는 데 국산보다 많이 쓰게 된다고 한다. 국산보다 몇 배의 염화칼슘을 사용하게 돼서 눈이 녹으며 하천에 흘러들어가 환경에 아주 안 좋다는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가 눈을 치우는 만큼 염화칼슘을 덜 뿌려도 되니 힘들지만 얼마나 좋으냐며 서로 뿌듯해 하며 눈을 치웠다.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면서도 얼굴도 잘 모르고 지냈는데 눈을 치우면서 눈 인사도 하게 되고 이야기도 나누게 됐다. 한 아저씨는 이 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치우고 50살이 넘은 아주머니 한 분은 힘이 드실텐데도 잠시 쉬시지를 않는다. 아이들은 일하는 것 반, 노는 것 반 신나서 돌아다닌다. 어깨도 아프고 날이 추워 볼도 땡땡 얼고 손발도 얼고 흘린 땀이 식어 추웠지만 함께 하는 기쁨은 모든 추위와 힘듦을 잊게 만들어 줬다.

혼자 치우기에는 막막했던 눈을 치우고 나서 훤해진 주차장과 지하주차장 입구를 보니 정말 뿌듯했다. 가장 기뻤던 것은 우리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주차장의 눈을 치우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추운 데 나와서 일을 하는 이웃들이 바로 내 주변에 이렇게 많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두를 위해서 나 자신을 조금 희생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또한 우리 동에서 눈을 치우고 있으니 앞 동과 옆 동의 사람들도 자기 동 앞의 눈을 치우기 시작한다. 요즘 세상이 이기적이고 전체를 생각할 줄 모른다고 이야기 하는 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모두를 위해서 눈을 치우러 나오는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이 살고 있다. 지나가다 눈을 치우는 이웃을 보면서 외면하지 않고 동참하는 이웃이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2시에 시작된 눈 치우기는 오후 4시쯤 끝났다. 함께 눈을 치웠던 7층의 지영엄마와 집에서 차 한잔을 나누다가 내친김에 가족들끼리 함께 식사를 했다. 1년을 넘게 인사하며 지내면서도 서로 이야기 나눈 적이 거의 없었는데 눈 덕분에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며 즐거운 저녁식사를 나눴다. 훤해진 주차장 만큼이나 마음도 훤해지는 하루였다.

눈 온 다음날 출근길에 눈을 치우고 계신 경비아저씨 두 분을 만났다. 출근길이 바빠서 도와드리지는 못하고 고생 많으시다는 인사를 나누고 재촉하는데 뒤에 오던 이웃들도 경비아저씨께 고생하신다며 고맙다는 인사말을 나누고 있다. 나를 위해 고생하고 있는 누군가를 기억하며, 고마워할 수 있는 이웃들 덕에 모두의 하루가 즐거워질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