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부터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4.9% 인상됐다. 직장에서 퇴직한 일부 실업자들의 경우 건강보험를 직장에서의 3배를 내야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가계 살림이 갈수로 피폐해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보험료를 이처럼 올려도 되는 지 서민들은 억장이 무너질 지경이다. 문제는 보험료 산정에 대한 제도적 모순이다.
수원시 팔당구 우만동 박모(36)씨는 지난해 11월 회사를 그만둔 뒤 새 직장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날아온 건강보험료 고지서는 회사 재직 때 내던 보험료(4만원)에 비해 3배가 많은 13만원 가량이 부과됐다. 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하자 "보험료율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었다. 박씨는 현재 수입도 없고 아파트를 살 때 빌린 대출 이자만 수십만원에, 건강보험료 10만원이 넘고 보니 관리비나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이 돈은 고문에 가깝다.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자연녹지(보존녹지 5200㎡ 공시지가 7천만원)와 빌라주택(70㎡ 5천만원)을 소유하고 있는 인천의 실직자 김모(56)씨는 10만원 가량의 보험료를 낸다. 2007년 실직 당시 6만원이던 보험료가 2008년 9만원, 올해 또 인상된 것이다. 김씨는 정부가 재산권 행사를 전혀 할 수 없게 보존녹지로 묶어놓고 공시지가에 보험료를 멋대로 적용하는 것은 억울하다며 항변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묶은 개인의 재산권은 정부가 매수해야 옳다. 아니면 면세돼야 한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실직을 했는데도 건강보험료는 몇 배가 오르는 경우다. 지역 전환 이후 1년간의 유예기간이 있다고는 하지만 소득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다. 지역 가입자의 건강보험료 산출 방식은 직장인 가입의 요율 계산과는 사뭇 다르다. 본인이 소유하고 있는 재산과 부양 가족의 수, 나이 등을 기준으로 보험료부과점수당 금액인 156.2원(올 기준)점수를 곱해 산정한다.
해마다 건강보험료가 오르면 서민들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의 생활상은 위태위태해 보인다. "지역 가입자들의 경우 재산, 소득을 숨기는 경우가 적지 않아 어려운 서민들까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경인지역본부 관계자의 말은 설득력이 없다. 전산화시대에 소득상황을 확인할 수 없다는 얘기는 무책임한 변명이다.
건강보험은 지난 2002년 6.7% 인상을 시작으로 해마다 2%~8% 가량씩 오르다 지난해 한 차례 동결됐다. 지난해 동결로 건보재정이 늘어난 데다 노인 인구 증가 등으로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공단의 방만경영 행태는 여러 번 사회의 눈총을 받았다. 평균 연봉이 5000만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진료비 과다 신청에 대한 감시나 부실 체납액 징수 등의 문제는 감사 때 마다 지적 사항이다.
적자가 나면 국민들에게 더 걷어 메꾸면 된다는 식의 발상이 아니고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건보예산을 줄이고 나아가 건강보험료의 부과방식 등에 대한 문제점을 점검, 무소득자의 실질적 보호방안이 나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