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놓은 세종시 수정안에 수원의 대표 브랜드 기업 삼성이 우려했던대로 유치 계획에 포함돼 지역경제 위축이 현실로 다가왔다. 수정안은 9부2처2청의 이전을 골자로 한 원안을 전면 백지화하는 대신 세종시를 자족 기능을 갖춘 교육과학중심도시로 건설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간략하면 세종시 원안인 ‘행정중심 복합도시’에서 행정부처를 뺀 ‘복합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본란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이 수도권은 물론 수원 지역 경제 위기를 지적한 바 있다. 세종시 입주 기업 및 대학, 연구기관 등에 제공할 파격적인 인센티브 내용과 새로운 토지이용계획에 따른 기업유치와 세제·재정 지원 등의 형평성 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 관련 지역에서의 반대논리가 우세하기 때문이다.
세종시 블랙홀의 기운이 산발적으로 드러나면서 산업단지와 혁신·기업도시의 붕괴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이유다. 수원시의 경우 시세의 15%를 차지하는 삼성을 비롯한 관련 기업들이 세종시 헐값 입주로 인한 역피해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이 수원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큰 축을 담당해 왔다는 점을 감안 할 때, 지난해 출범한 삼성LED의 세종시 이전으로 사실상 지역 대표 기업의 이전이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세종시 백지화를 명분으로 내건 것은 부처 이전의 비효율과 자족기능 부족이다. 그러나 자족기능 부족이라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세종시 특별법은 복합도시로서의 기업 등의 유치 계획이 담겨 있다. 국가 균형발전은 수도권 완화를 명분으로 기업을 빼가 세종시에 유치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 특성화에 걸맞는 신성장 창업을 복합도시에 유치하는 일이다.
수정안의 부작용이 이미 가시화하고 있는 것도 ‘퍼주기’ 식의 기업과 학교 유치를 위해 제시한 내용은 지원책이라기 보다 특혜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세종시를 살리겠다고 조성원가에 턱없이 못미치는 값으로 원형지 개발권을 주기로 한 것 자체가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로 인한 주택토지공사의 손실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떠넘겨질 것이 뻔하다.
이제 정국이 한 차례 파란을 겪어야 할 듯하다. 수정안을 법제화하기 위해서는 세종시 특별법과 설치법 등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별법 개정은 국회의 몫이다. 수정안이 확정된 만큼 이제부터 과연 원안과 수정안 가운데 어느 것이 국익이 되는 지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여권 주류는 ‘정면돌파’, 친박계와 야권은 원안 고수를 주장하며 아예 수정안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수도권 등 비충정권의 반발 수위도 높다. 그렇다고 수정에 반대하더라도 수정안에 대한 논의 자체마저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국이 장기간 소용돌이에 휩싸여 갑론 을박 타령만 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
여기에는 정파적 이유나 계파간 입장차로, 지역주의에 기대어 무조건 찬반에 줄을 서선 안된다. 왜 원안을 고수해야 하는지, 왜 수정안을 만들어야 했는지, 진지한 토론을 통해 반목보다 해법 찾기에 나서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