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씻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 이 풍습은 책 1권을 다 떼었을 때 스승과 동학에게 음식을 차려 대접하는 일로 책례(冊禮)라고도 했다. 초급과정인 ‘천자문(千字文)’이나 ‘소학(小學)’등을 읽어 가면서 스승의 노고에 답례하고 친구들과 함께 자축하는 그 시대의 아름다운 풍속이 있었는데 그것이 ‘책거리’였다.
이때 축하음식으로는 국수장국, 송편, 경단 등을 준비했으며 특히 송편은 깨나 팥, 콩 등으로 꽉 채운 떡인데 학문도 그렇게 꽉 채우라는 바람을 담았다. 주로 오색송편을 만들었는데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원기와 오행에 근거해서 오미자로 붉은색을 만들고 치자로 노란색, 쑥으로 푸른색, 송기로 갈색 물을 들여 꽃 떡을 빚어 만물의 조화를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책거리를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요즘은 어떠한가. 50대가 넘은 선생님들이나 책거리를 알지 젊은 선생님들은 아예 무슨 뜻인지도 모르니 학생들이 알 수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나마 소신이 있는 원로 선생님 중에 한 학년을 마치고 책거리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다과회를 하는 정도로 명맥을 이어 가는 것만으로도 천만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근무하는 장학재단도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장학생의 날’이라는 것을 제정해서 2009년 12월에 두 번째 행사를 개최했다. 그 의미는 장학생으로서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선 후배간의 정보교환은 물론 장학금을 받을 수 있도록 후원해 주신 후원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스스로 느끼자는 의미에서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행사 참석은 물론 본인이 잘나고 뛰어나서 장학금을 받은 것 마냥 행동한다. 고맙다는 생각을 하기는커녕 아예 관심조차도 갖지 않는 요즈음 학생들이 무척 원망스럽기만 하다.
예전에는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했는데 요즈음은 사랑의 매를 드는 선생님도 드물고 간혹 벌을 줄라치면 당장 학부형들이 달려들곤 한다. 이 때문에 선생님들조차 적당히 문제되지 않게 보신주의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생겨난 신풍속도인 것 같아 훗날 그들이 성인이 됐을 때 사회질서가 어찌될지 걱정스럽다.
일선에 계시는 선생님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이제라도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에만 치우치지 말고 다소 힘들고 어렵더라도 선조들로부터 내려온 아름다운 풍습은 잘 계승시키고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사랑의 매도 들 수 있는 진정한 스승이 되길 바란다. 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런 선생님들이길 부탁한다.
배우는 학생들 또한 각성을 해야 한다. 스승을 공경하고 존경하는 것은 물론 선조들께서 한 학년을 마치고 행했던 책거리문화 같은 좋은 풍습은 잘 이어받아 스승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도 항상 후원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훌륭하게 성장해서 내가 받은 혜택을 사회에 다시 환원하겠다는 마음 자세를 가져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자기고 = 김영일(수원사랑장학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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