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원고법 설치는 시대적 요구다

서울보다도 인구가 많은 경기도민이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당하고 있다. 서울 고등법원으로 집중된 항소심 적체로 항소를 포기하거나 재판출석에 불편을 겪고 있는 등 주민들의 재판받을 권리가 사실상 제약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정미경 의원(한, 수원권선)과 경기도가 공동 주최한 ‘경기 고등법원 설치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은 수원고등법원 설치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수원고법 설치를 위해 이미 지난해 7월 정 의원 등 19명이 ‘각급 법원의 설치 및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상태로 지금까지 계류 중이다.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국회의원들과 법조계, 학계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

수원에 고등법원을 설치해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먼저 소송관계인의 물적, 시간적 과중으로 항소를 포기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항소심 사건의 적체로 처리 속도가 늦어지면서 항소를 포기하는 이유다.

실제로 2008년 경기지역에서 서울고법으로 이송된 항소심이 4400여건으로 전국 항소심 건수의 13%를 차지해 부산고법 12%, 광주고법 9%, 대전고법과 대구고법 각 7%보다 높은 수치다. 그런데도 서울의 그늘 밑에서 법률 서비스가 외면 당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기도민은 사법 접근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중심에서 벗어나 지방분권, 자치시대에 걸맞은 경기도의 법적 정체성 확립이 결여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민이 열악한 사법접근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사법 수요와 여건이 전국 최고인 경기도가 도내에서 항소심 재판받을 기회가 원천봉쇄돼 있다는 것은 도민을 차별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국민으로서 향유해야 할 재판청구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침해 받아 오고 있다는 사실은 통계자료가 뒷받침하고 있다.

국회의원 19명이 국회에 대표 발의하고 지역 법조계, 학계가 수원고법 설치의 당위성을 제기한 사안인 만큼 그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해 오는 정기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안 처리와 함께 사법부의 조속한 설치를 촉구한다.

이날 토론회에서 법원접근성의 평등권 실현, 고법설치가 가져오는 기능 분담 효과와 형평성, 지역 법률 시장 활성화 등을 들어 수원고법의 설치 필요성을 강조한 대목은 대승적 차원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특히 최영락 법원행정처 기회조정심의관은 “서울고법의 총 사건 가운데 수원지법 관할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과 인구를 감안하면 적극 검토할 사안”이라며 이에 따른 부지 선정, 청사 신축을 위한 예산 확보 등 실무적 사항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법부 관계자의 관심사고 보면 결실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지역에 고등법원을 설치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적어도 수원고법과 북부에 원외재판부라도 설치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민의 사법서비스 접근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길은 고법 설치임을 유념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