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나들가게’ 골목상인이 냉담한 이유

정부가 최근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슈퍼마켓을 두고 동네가게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나들가게’란 이름의 지원대책을 내놨다. 중기청이 발표한 나들가게란 ‘내 집같이 드나들고 나들이하는 마음으로 가고 싶은 가게’라는 뜻이다. 듣기에는 이보다 더 좋은 지원 발상이 있을까 싶다.

지원대상은 매장면적 300㎡ 이하인 슈퍼마켓·편의점 등을 6개월 이상 영업한 자영업자로 나들가게로 선정될 경우 업체별 최대 1억원의 시설자금을 연리 4%로 빌릴 수 있다. 간판교체비 등 시설비용(100만원)도 지원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좋다고 내놓은 영세상인 지원대책이 실제 현지 상인들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다. 중소기업청은 영세상인 보호대책의 핵심인 동네슈퍼를 한데 묶어 나들가게란 이름으로 전국 체인화 하고 이를 위해 1만개의 나들가게를 육성해 중소 슈퍼들이 구매하는 물건의 약 3%를 공동구매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 방안이 일부에서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으나 대부분 지역 상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실효성 자체에 의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17년 전부터 전국의 골목 슈퍼들이 ‘코사마트’라는 이름으로 나들가게와 비슷한 형태의 공동구매조합을 구성해 운영 중이지만 기업형 슈퍼마켓 SSM의 공세에 맥을 못추고 있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 한다. 코사마트 점주들은 직격탄을 맞은 곳은 거의 70% 이상 매출이 떨어졌고 덜 맞는 곳도 30% 이상이 떨어졌다고 푸념한다.

더구나 정부가 소매점 지원책을 내놓자, 이번엔 도매업소들이 “소매점을 지원하면 자기들이 망한다”며 들고 일어났다고 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매점 지원책이 부른 또 다른 하나의 반발이다. 전국적으로 2만명 가까이되는 도매유통상인들이 구조조정을 당하게 될 것이 뻔한데 이들의 생계는 누가 책임 질 것인지 정부는 생각해 봤냐며 도매상협회의 항변이 거센 것은 당연하다.

지금 수원 지역에서는 자율조성을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 이달 25일 개점을 앞둔 SSM(기업형 슈퍼마켓) 주변 상인들은 벌써부터 매상이 줄어 울상이다. 주변 부동산에서는 SSM 입점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게를 빨리 처분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상인들은 생계가 걸린 문제를 정부는 마냥 융자로 해결하려 하는 데 어차피 빚을 질 바에는 포기하겠다고 한다. 홈플러스 호매실 입점을 앞둔 주변 상인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제 정부는 세계무역기구 규정 위반이라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면서 골목상인들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짜내야 한다. 대형슈퍼마켓의 업종·품목·영업시간 등에 적절한 제한을 둬 무차별·무제한적 영업형태를 막아야 한다.

재벌기업이 동네상권을 싹쓸이 하는 건 기업윤리로나 상도의상 어긋난다. 이 점에서 대기업도 반성할 일이다. 그래서 상생의 정신을 되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