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설 명절은 유난히 썰렁하다. 경기침체의 늪에서 살림살이가 어려워진 탓에 귀성을 포기하는 사람이 절반에 가깝기에 그렇다. 그래도 설이다. 일상의 궤도에서 벗어나 고향으로 달리는 마음은 어느 때보다 넉넉하고 따뜻하다. 그곳에는 부모님과 친지들이 있고 언제나 포근하고 정다운 고향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설은 우리 고유의 최대 명절이다. 무엇보다 조상과 부모 그리고 가족의 가치를 되새겨 보는 의미가 크다. 또한 나의 ‘근본’을 생각할 때 비켜갈 수 없는 게 ‘더불어 사는’ 이웃이다. 특히 그늘에 가려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공동체의식을 갖고 공공의 책임을 느끼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너나없이 사는 데 쫓겨 이웃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게 요즘 우리 삶이기도 하다. 소외된 이웃들에 대해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미덕은 우리 겨레의 자랑이 아니던가.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넉넉한 마음은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의 일꾼을 뽑는 6·2 지방선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벌써부터 예비후보자들이 선거를 겨냥해 본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8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유권자가 헷갈릴 정도다. 그렇다보니 예비후보자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래서 선거당국이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선택의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하여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권은 이번 설 연휴 기간 ‘명절민심’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명절 연휴 동안 국회의원들은 각자 지역에 내려가 주민이나 유권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명절을 맞아 서울 등 타 지방에서 살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가족들이 고향을 찾아 한 자리에 모이는 만큼, 지역 전체의 생각과 여론인 바닥 민심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의 지표로 삼아도 무방할 것이다. 진정성을 갖고 지역 주민들의 애로사항은 무엇인지, 어떤 것을 바라고 있는지 냉철한 머리와 따뜻한 가슴으로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안돼 설 연휴를 즐기지 못하는 백수청년이 태반이다. 수명이 갈수록 길어져 지역마다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나 노후에 대한 복지대책이 없어 오래 산다는 것이 고통이라는 노인들의 푸념도 늘고 있다.
경기가 나아지고 있다는 정부 발표는 있어도 시민의 경기체감은 느끼지 못한다. 지역의 정치인들은 이러한 사정을 타개할 현실적 대안을 갖고 주민들과 접촉해야 한다.
더구나 수원권 행정통합은 수원·화성·오산시의 최대 관심사다. 행정통합은 주민의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 정치권은 이번 명절민심에 행정통합 문제가 가장 큰 화두가 될 것이다. 이는 곧 지방선거에도 무관치 않다. 지역의 바닥 민심을 제대로 파악해 응답할 책무가 있다. 아울러 이번 설 연휴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혼탁과 탈법으로 얼룩질 수 있는 사전선거 운동기간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
이제 고향을 찾는 시민들은 설 연휴를 즐겁게 보내고 건강한 활력을 되찾아 다시 일터로 돌아와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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