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데 그 많은 계율을 모두 철저히 지킨다고 하면서 담배를 피우거나 마약중독에 빠진다면 어찌 되는 것일까? 그것은 계율에 언급이 없으니까 괜찮은 것일까? 그렇지 않다. 부처님 당시에 담배나 마약이 있었더라면 부처님께서는 틀림없이 하지 말라고 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신도님들이나 학생들에게 불교의 계율에 대해 설명할 때 우리의 상식선에서 이해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말한다. 스님의 몸에서 담배냄새보다는 향냄새가 더 어울리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그런데 담배에 있어서 태국이나 캄보디아 등의 스님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어느 것이 정당한가는 그 사회의 관습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보통 법령이나 계율이라고 하면 그릇된 생활을 예방하고 악한 마음을 방지하려는 금지적 의미가 강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오늘날 불교에서는 계율을 지킴에 있어서 단지 글자에 매여 그대로 지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며 때로는 융통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살생하지 않으니까 ‘불살생’이라는 계율을 잘 지키고 있다고 자신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처한 생명체에게 다시 생명을 돌려주는 것이야 말로 계율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 된다. 살아가면서 파리·모기가 아닌 작은 동물을 죽이는 것은 보통사람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그것에 만족하기 보다는 이젠 적극적으로 죽음에 처할 위기의 4대강을 살리는 것이 바로 ‘불살생’이라는 계율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보통사람이 남의 재산을 빼앗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착하게 살아가는 것으로 ‘도둑질 하지 마라’는 계율을 잘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젠 보다 적극적으로 남에게 베풀어 주는 것이야말로 계율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다. 그것도, 마치 부모가 자식에게 베풀 듯이, 마음에 베푼다는 생각조차 없이 아낌없는 베풀어야 한다.
‘불음주’라고 하면 엄밀한 의미에서 한 모금의 술도 입에 대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는 회식자리나 여러 모임에서 음주가 보편적인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언젠가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어느 연예인의 궤변을 들어 본 적이 있지만, 음주란 운전을 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혈중알콜농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한 모금도 음주다. 그러므로 술 한 잔도 마시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일반인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이유로 요즈음 절에서는 신자에게 주는 5계의 ‘불음주’라는 항목을 ‘술 마시지 마라’가 아니라 ‘과음하지 마라’고 바꾸는 경우도 있다.
살아가면서 나쁜 의도를 가지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믿고 싶다. 그러니까 나는 ‘거짓말 하지 마라’는 계율을 잘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너무도 부족하다. 바로 ‘진실된 말을 해야 한다.’ 침묵하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말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나는 비겁한 침묵이 때로는 거짓말 못지 않은 죄악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제는 침묵이 아니라 그것이 진실이라면 자신 있게 자신의 소신을 밝혀야 제대로 계율을 지키는 것이다.
불교의 계율을 들어 설명했지만 사실 이상의 항목은 종교를 떠나 모든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삶의 도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시로 말을 바꾸고 더욱이 선거 때에 하는 거짓말은 당연하다는 도덕불감증의 정치인이 나라를 다스리는 불행한 현실이지만, 그럴수록 우리 국민들은 침묵이 아니라 진실된 말로써 그들을 변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혹세무민(惑世誣民)과 조삼모사(朝三暮四)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사람들에게 언제까지 우리의 안위를 맡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통령과 맞붙던 기개 대신 자신의 이익과 출세를 위한 치졸함으로 비쳐지는 사법부의 모습이 단지 나만의 착각이었으면 참 좋겠다.
온 국민을 걱정과 안타까움으로 마음 아프게 했던 사고 이후에 보이는 군의 갈팡질팡 모습이 사실 은폐를 위한 어리석은 행동이 아니었으면 정말 좋겠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에서는 얄팍한 거짓말에 현혹되지 않고 진실된 후보를 찾아 한 표를 행사하여 앞으로 몇 년간 정당과 정치가 아닌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정치인을 만나보고 싶다. 그 바탕은 신뢰이다. 그것을 위해 거짓이 아니라 침묵이 아니라 진실된 말과 행동을 보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