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린 왜 어린이날이 부끄러웠나

어제 어린이날을 맞은 우리 사회는 면목이 없다 못해 참담했다.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를 위한 풍성한 잔치와 이벤트가 벌어졌다. 수원에서도 수원화성행궁서 궁중문화 체험을 비롯 박물관에서는 전시와 공연 등이 펼쳐졌다.

그러나 그 뒤편의 모습은 너무도 어둡고 우울하다. 매 맞고 버림받고 죽어가는 아이들, 학원 과외의 노예가 된 아이들, 가족과 단절한 채 인터넷에 빠진 아이들,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어린이 안전사고 사망률 최고,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다. 부끄럽고 참담하기 그지없다.

어린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제 어린이를 위한 1회성 행사가 진정 어린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지 허물을 벗기에는 사회가 치졸했다. 사랑이 있을 때라야만 어린이의 꿈을 키우는 보금자리가 될 수 있다. 어린이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 넉넉한 내일의 희망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가정은 먹고사는 데는 해결된 시대를 살지만 가족 화목의 꿈은 오히려 멀어지고 있다.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부모 밑에서 자란 어린이가 건전한 정서와 심성을 지닌 슬기로운 동량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터다. 사회는 또 어떤가. 어린이가 유괴·살인, 성폭행 등 범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만행이 현실로 이어지고 있으니 기가 막히다. 더 이상 우리 어린이들을 유괴나 실종, 성폭력에 그대로 방치해 둬선 안된다. 아동학대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을 내팽개치는 방임형 학대나 친부모의 학대가 급증하고 있다. 빈곤층과 가족해체 확산 등 사회, 경제적 배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말해 준다. 아동학대는 더 이상 ‘내 자식 내 마음대로’라는 식의 가정 내 문제로 방치해선 안될 사회문제다.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정이나 사회에서 소중한 미래의 자원인 어린이의 생명가치가 이토록 경시되는 것은 어른의 책임이다. 문제는 가해자 처벌만이 어린이 학대 근절책이 될 수 없다. 저소득층·실직 부모에 대한 재취업 교육 연계 등을 통해 소외감을 줄이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과잉보호도 문제다. ‘적게 낳아 잘 기르자’ 구호의 그늘 아래 오늘의 어린이들은 왕자와 공주로 거듭나고 있다. 정상적인 가정의 많은 어린이들이 부모의 과욕과 과보호, 경쟁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갇혀 창살 없는 감옥생활을 한다. 유치원생이 초등학교 과정을 배우고, 초등학생이 중학교 책을 읽는 등 학습노동에 시달린다.

이혼, 가출, 부모의 무관심 속에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나홀로 아이들’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어린이들이야말로 인권의 사각지대다. 이제 어린이날이 1회용 행사로 끝나선 안된다. 역설적으로 이런 어린이날의 존재 이유가 사라지고 1년 365일이 '어린이날'이 될 수 있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어린이를 위해 우리 사회와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할 지 매일같이 고민하는 분위기가 성숙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