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구나 계속되던 폭설과 강우로 인해 피해가 컸으며, 전 세계적으로는 지진과 해일, 홍수 등으로 많은 이재민을 낳기도 하였고, 각국마다 기후변화와 기아로 인한 이재민들의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선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이듬해 농사는 대풍(大豊)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집단을 이루며 살아가게 되었을 때부터, 우리 민족은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한 점,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 구름의 모양에도 그 하나하나의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왔다. 나라의 근간은 농업이며, 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은 그들만의 자부심을 가지고 이 땅에 살아왔다.
수많은 세월이 지나, 지금은 외국의 농산물 수입개방, 인구의 도시화로 인한 농천 인구의 유출 등으로 인해 그 근간이 허물어진 지 이미 오래이다. 지난 3월 의왕시에서 열린 저탄소 녹색성장의 취지를 가지고 매월 한 번씩 시민들과 함께하는 ‘두발로 Day‘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됐다.
마침 정월대보름과 겹쳐진 상황과 분위기에 어우러져,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이라는 깃발을 높이 들고 있던 다른 자원봉사자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한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사물놀이패의 농악을 들으며, 과연 지금 이 시대에서 우리가 바라는 ‘농자천하지대본’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됐다.
단순히 추수철 농작물이 잘되는 것만이 예전의 ‘풍년’이었지만, 이 시대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풍년‘은 무엇일까?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기본적 의식주해결만이 우리가 바라는 ‘풍년’일까? 우리가 이렇듯 저탄소 녹색성장과 환경사랑과 보호를 외치며, 한 달에 한 번 ‘두발로 Day’와 같은 행사를 하는 것은 단지 국가적인 이슈에 발맞춘 단순한 이벤트인 것일까?
그것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다 자신만의 행복이 있듯, 각자의 마음속에 바라는 ‘풍년’이 있을 것이다. 올해는 취업이 잘되기를 바라거나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일, 사업이 번창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등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 그리고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라는 하나의 거대한 생명체는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그 지구가 재채기를 한 번씩 할 때마다 세계 각지에서는 사람들이 죽거나 이재민이 생기며, 기침을 한 번 할 때마다 생명들이 죽거나 멸종돼 버린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의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은 자연에 의지하고 자연과 희노애락을 함께 하던 우리 조상들의 시절처럼, 벼이삭 하나, 풀 한 포기 같이 사소한 생명체에도 진심으로 대하던 인간 본연의 태도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소원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우리 조상들은 자연에 대항하여 살아온 적이 없다.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에 겸손하며, 우리 주변의 작은 것들도 소중히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 정신이 바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에 그대로 녹아있는 것이다.
이시대의 ‘농자(農者)’인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天下之大本)’이 무엇인가를 인식해야한다. 흙을 사랑하고 자연을 소중히 여겼던 우리 조상들의 사상을 다시금 현대적인 입장에서 재해석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