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긴장… 경제 불안감 고조

'천안함' 발표 대치국면속 주가·환율 요동 금값도 치솟아

천안함 사태로 인해 발생한 ‘금융 패닉’이 서민들에게 후폭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26일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이 천안함 사태에 개입됐다는 증거는 압도적”이라며 “북한과 북한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압박하면서 긴장감은 더욱 고조, 서민들의 고통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주식 폭락··· 개미 울상

26일 코스피지수는 1582로 전일보다 21.29포인트 반등하며 158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불과 20일 전까지 지수가 1700선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낙폭은 상당하다.

수원시 인계동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안모(29)씨는 최근 좌불안석이다. 그가 매수한 주식이 ‘천안함이 북한에 의해 침몰했다’는 정부의 발표 이후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쟁 분위기가 앞으로 지속되면 코스피가 1500선 밑으로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네티즌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그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      

26일 오후 2시 증권 시황 모니터링을 하던 안씨는 “결혼 자금으로 모으고 있던 재산 중 절반을 주식으로 투자했는데 갑작스런 정부의 발표 이후, 너무나 절망스럽다”며 “오늘은 코스피가 소폭 반등하고 있지만 내가 매수한 주식은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떨어지는 주가를 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진짜 바닥이 어딘지 예측하기 힘든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요동치는 주가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현 증시 상황을 설명했다

● 환율 급등… 허리 휘는 부모들

26일 원·달러 환율이 5거래일 연속 상승하면서 9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3.30원 상승한 1253.3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 같은 환율폭등으로 인해 해외 여행객이 뚝 끊겨버린 여행사 관계자들과 유학비용이 갑작스럽게 불어난 부모들의 주름살은 늘어만 가고 있다. 

팔달구 매산로에 소재한 H여행사 관계자는 “결혼 시즌이 지나 신혼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으나, 전쟁 분위기와 환율 급등으로 인해 그나마 있던 해외 출장 예약과 골프여행객 마저도 전혀 없는 상태”라며 “아예 문의가 없으니 당혹스럽기 그지없다”고 말했다. 

유학을 보낸 자식들에게 학비와 용돈을 송금해야 하는 부모들도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미국에 4000달러를 송금하려면 약 500만원이 필요한데, 이는 전월과 비교했을 때 약 59만원 늘어난 수치다.

불과 한달 전까지만해도 원·환율이 1000원대에 접어들 것이란 예상을 뒤엎어버리고 지난달 26일 1104원에서 현재 1250원대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위기감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환율 상승세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보도를 접한 현지 유학생들은 가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직접 아르바이트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 금값 강세… 발길 끊긴 금은방

수원지역 귀금속업계에 따르면 26일 3시 현재 순금 3.75g(1돈)의 소매가격은 21만5000원으로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정부의 발표 이후 상승세는 더욱 거세졌다.

26일 권선구 세류동에서 30년 이상 운영되고 있는 한 금은방,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결혼 성수기가 도래했음에도 금을 사겠다는 사람의 발길이 뚝 끊긴 지가 벌써 두달째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던 금시세가 천안함 사태가 발생한 시기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소비자들이 예물을 간소화하고 현금이 돌반지를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은방 대표는 “금값은 꽤 오래전부터 오르기 시작했지만, 요즘 특히나 바짝 올라 매출이 아예 없는 지경”이라며 “수원지역만 해도 문닫은 가게가 한두군데가 아니다. 우리도 언제 문을 닫게 될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소비자 역시 금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예물을 미리 고르기 위해 한 귀금속점을 찾은 최모(31)씨는 “그래도 예물인지라 금을 빼놓을 수는 없어 일부를 구매하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너무 비싸 고민이 크다”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준 보석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도 정부가 험악한 전쟁 분위기를 정리하고 민심을 살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결혼이 코앞인데 대체 누가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겠냐. 자주 국방도 좋고 자위권도 좋지만 어디 불안해서 살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