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성숙을 바란다

매홀칼럼 = 박완기(수원경실련 사무처장)

6·2지방선거가 끝났다. 민심은 정부,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와 달리 4대강, 세종시 등 여론에 눈감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나타난 표심으로 실로 오랜만에 개표방송은 뜨거웠다.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선전이라는 전국적 결과에 못지않게 경기도에서 주목할 점은 비로소 견제와 균형이 작동되는 새로운 지방자치 실험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지난 4년간 한나라당은 경기도지사, 수원시장을 비롯한 경기도 내 대부분의 시장군수를 배출했고 경기도의회와 수원시의회를 비롯한 시군의회에서 압도적인 다수당의 지위를 누려왔다. 작년 선거로 진보를 자처하는 김상곤 교육감이 당선된 것은 유일한 예외였다. 경기도의 지방자치는 사실상 모든 권력을 독점한 한나라당의 지방자치에 다름 아니었다. 다른 지방도 예외는 아니어서 특정 정당의 권력독점은 호남, 영남, 수도권 모든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서울과 인천 역시 한나라당의 독주체제가 구축됐다.

특정 정당이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모두 장악함으로써 경기도에서 견제와 균형의 지방자치, 대화와 타협을 통한 합리적 정책결정과정은 생략됐다. 그 자리를 소위 한나라당의 당론이 자리 잡았다. 자치단체장에 대한 지방의회의 견제기능은 약화됐다. 중요한 순간 단체장과 같은 당원인 여당 지방의원들은 꼬리를 내렸고 야당의 목소리는 소수의견으로 무시됐다.

한나라당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경기도의회의 세차례에 걸친 무상급식예산 삭감과 행정구역 통합을 둘러싼 성남시의회의 파행은 견제와 균형, 소수 의견의 존중보다는 다수를 차지한 정당의 일방통행식 정책결정과정을 보여준다. 주민들의 참여통로도 제한됐다. 지방의회의 단체장 견제기능이 줄어들수록 주민의 참여공간은 줄어들었고 주민들의 의견은 공식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돼 집단민원이나 집회와 시위를 통해 의사를 표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장 큰 쟁점이었던 무상급식 추진여부에서도 경기도의회에서 도민들의 의사는 배제됐고 서명운동과 인터넷에서의 항의성 시위로 표출됐을 뿐이다.

6·2 지방선거 결과 많은 것이 바뀌었다. 경기도지사는 한나라당의 김문수 지사가 다시 당선됐으나 진보를 표방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재선됐고 경기도의회의 다수당도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수부도시 수원에서 민주당의 염태영 후보가 당선됐듯 31개 시군의 시장군수 중 2/3는 민주당으로 바뀌었다. 시군의회에서는 여야가 균형을 잡을 정도로 의회구성이 변화했다. 지방자치제에서 견제와 협력이 가능하도록 황금분할된 것이다.

이제 어느 정당도 상대를 무시하고 일방적 밀어붙이기가 불가능하게 됐다. 수도권에서나마 견제와 협력이라는 합리적 정책결정 과정을 통해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정책이 결정될 환경이 만들어졌다. 시민들의 참여공간도 늘어날 것이다.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도입 이후 제왕적 단체장에 대한 의회의 견제기능이 취약해진 것도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태도도 바꿔야 한다. 권력의 분점, 견제와 균형을 통한 합리적 정책결정으로 경기도 내의 지방자치가 한단계 성숙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