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가는 생명 살리는 불씨 ‘헌혈’

특별기고 = 홍원식 (경기대정치전문대학원 외래교수)

이웃집에 백혈병을 앓던 한 아이가 있었다. 택시 운전을 하면서 아들의 투병을 돕던 가장마저 교통사고로 사망한 참담한 현실 속에서 투병 중이던 아들은 여러 개의 자격증을 취득하며 절망에 처한 어머니를 위로하곤 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의 등불을 밝히던 가정이었다. 그러던 어느 휴일 오후 “아이가 위독한데 병원에 피가 없다”는 절박한 연락을 받았다. 체면 불구하고 대한적십자사에 아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 뒤 지정헌혈을 위해 황급히 뛰었다. 다행히도 두 봉지의 피를 긴급히 공급 받아 아이에게 수혈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 봉지의 피가 다 수혈되기도 전에 아이는 복사꽃처럼 화사한 모습으로 엄마 품에 안겨 하늘로 향했다.

“피만 충분히 있었더라면, 피를 조금만 더 빨리 구할 수 있었다면…” 아들 또래였던 녀석이 지금쯤 대학에 진학해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피는 생명이다. 그치지 않는 지구촌의 전쟁터에서는 물론 예기치 못한 재난의 현장에서 꺼져 가는 생명을 그 한 봉지의 피가 회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로 헌혈은 생명을 나누는 천부적 사랑의 실천 행위이다. 딱 한 번 왔다가는 소풍 같은 삶을 살다 가면서 하나 뿐인 생명을 나눌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국제 헌혈운동기구들이 해 주었으면 하는 구호가 있다. “헌혈은 리더가 되기 위한 필수적 요건이다”라는 구호가 그것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공직선거 출마자의 인적 사항 체크 항목 속에 조작이나 대리행위가 불가능한 ‘헌혈 총량’ 항목을 추가 시켜 달라고 관계 당국에 요구해야 한다. 공직 선거에 당선을 목표로 하는 정치인들이 선거판에서 외치는 조국과 민족에 대한 충성과 사랑은 객관적 평가 기준을 가지고 검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병역 의무와 납세 의무 이행 여부 및 전과 기록은 국민 일반의 당연한 의무이거나 기록인 관계로 검증의 효용성이 약하다.

관계 법령에 의해 이제는 엄격한 기록상의 사전 검증이 이뤄지는 ‘사회봉사 총시간’이나 ‘헌혈 총량’ 등의 특별한 검증 기준이 추가돼야 주민의 대표 또는 국민의 대표로서의 조국과 민족에의 헌신 지수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헌혈이나 사회봉사 기록은 벼락치기 숙제 하듯이 할 수는 없는 것으로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헌신과 봉사가 수반돼야만 한다. 모름지기 진정한 지도자는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삶이 일상화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가운데 이웃과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참된 헌혈이 이뤄진다. 또한 헌혈은 인도주의와 조국애를 측정하는 척도라 할 수 있다. 백범 선생님이 꿈꾸던 ‘사람과 사람이, 민족과 민족이, 국가와 국가가 실질적 평등주의를 일구며 더불어 살아가는 삼균주의 세상’을 이루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유치원 교육부터 대학 졸업을 위한 실습에 이르기까지 ‘헌혈의 아름다운 정신을 함양하고 실천’에 이르도록 하면 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한 평화주의자들로 채워지는 세상!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