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회사는 지금 '월드컵모드'

응원셔츠 입고 일하고 스코어 내기… 술자리 2배가까이 늘어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월드컵 열기는 직장 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남녀노소 동료들이 함께 모여 응원전을 펼치는가 하면, 스코어를 맞추는 내기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또한 월드컵 기간 동안 늘어나는 술자리 때문에 직장인들은 ‘월드컵 증후군’에 시달리기도 한다.

22일 오전 출근 시간의 시내버스 안, 붉은 응원 셔츠를 입고 회사로 출근하는 20~30대 직장인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띄었다. 23일 새벽 16강 티켓을 놓고 나이지리아와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수원 법원사거리 인근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는 박모(38)씨는 “대한민국 경기가 있는 날은 사장님을 포함한 직원 모두가 응원 셔츠를 입고 근무하기로 했다”며 “처음에는 붉은 셔츠를 입고 출근하기가 좀 쑥스러웠는데 이제는 자랑스럽고 떳떳하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승리를 기원하는 붉은색의 응원 물결은 일반 회사와 백화점, 대형마트 뿐만이 아닌 공직 사회에서도 찾아 볼 수 있었다. 수원시 권선구 구운동 주민센터와 동수원우체국 직원들은 붉은 계열의 티셔츠를 입고 민원인과 고객들을 맞고 있었다.

오선희 동수원우체국 CS팀장은 “대한민국의 16강 기원을 위해 전 직원이 붉은 셔츠를 입고 고객들에게 금융·우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찾아오신 고객과 월드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대한민국 파이팅’을 함께 외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평소 생활과는 다르게 월드컵 기간에만 적용되는 新풍속도도 찾아볼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한참 근무에 열중하고 있을 시간인 오후 2시 팔달구 인계동의 한 사무실, 삼삼오오 모인 직장인들은 커피 한잔을 들고 전날 치러진 월드컵 경기에 대해 분석과 해설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모(32)씨는 “7-0의 골득실을 챙긴 포르투갈은 아무래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브라질에 이어 G조에서 16강 티켓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우리나라는 이번 경기에서 절대 패배를 용인해서는 안된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후 이들은 내일 새벽 어디에서 모여 응원전을 펼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맥주 한잔을 곁들이며 응원할 수 있는 ‘명당’을 찾는 것이다. 대형스크린과 푸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술집을 찾는 것이 최대 안건이었다.

스코어 맞추기도 빼놓을 수 없다. 직장 동료와 맥주를 기울이며 친목을 도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10~20명이 1만원 내기로 진행한 스코어 내기에서 승리하면 제3의 보너스까지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경기를 보면서 갖는 술자리 덕분에 피로를 호소하는 직장인도 크게 늘었다.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하품 소리와 주위에 은은히 풍기는 술 냄새는 이제 하루 이틀만의 얘기가 아니다.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990명을 대상으로 ‘월드컵 기간 주 평균 술자리 횟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일주일 평균 3.5회 술자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상시(평균 1.8회)에 비해 약 2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