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득도식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250 내지 348가지나 되는 계율을 지킨다는 약속을 하게 되며 이를 수계식(受戒式)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계율의 항목 수가 많은 것은 출가 수행자들이 단체생활을 하면서 잘못되거나 대중의 화합을 깨뜨리는 행위가 있을 때마다 새로운 항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그런 많은 항목 중에서 특히 살생, 도둑질, 올바르지 않은 이성관계, 거짓말 그리고 음주를 금하는 오계(五戒)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스님뿐만 아니라 일반 신자들에게도 통용되는 가장 기본적인 계율이다.
그런데 경전에 의하면 의외로 부처님은 철두철미하게 계율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 아니었음을 보게 된다. 오히려 자잘한 계율은 버려도 좋다고 할 정도로 융통성을 보이셨는데, 그것은 아마도 오늘날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 종교에 있어서의 근본주의 혹은 원리주의를 경계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부처님께서는 계율이란 단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로써의 ‘적절한 속박’이어야지, 어기는 것에 너무 신경을 써서 오히려 수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을 염려하신 것이다.
우리는 보통 스님이 고기를 먹는 것에 대하여 옳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약 3000년 전 부처님 당시에는 어땠을까? 의외로 당시의 스님들이 지켜야 할 계율에는 ‘고기를 먹지마라’는 항목이 없다. 그것은 당시 스님들의 식사는 신자들이 주는 음식을 받아서 해결하는 걸식(乞食)이었음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된다. 음식을 얻어서 먹는데 반찬을 가려서 받을 수가 있었을까? 그러기에 요즘의 태국 스님들은 걸식하면서 받는 고기반찬을 거리낌 없이 먹는다고 한다. ‘고기’에 대한 언급은 세월이 흘러 대승불교에 들어와서 불살생이라는 자비정신이 확대되고 강조되면서 나타나게 되었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렇다고 불교에서 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적당한 영양과 에너지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그 목적을 벗어나 자신의 기호와 입맛을 위한 육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지 계율이라는 문구에 너무 얽매여서는 곤란하다는 마음가짐이다. 계율에 담배나 마약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 담배나 마약에 중독이 되어도 상관없는 것일까? 나는 부처님 당시에 담배나 마약이 있었더라면 틀림없이 그에 대한 언급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불교의 계율에 대해 설명할 때에 나는 보통의 상식에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한다. 스님에게서 담배냄새보다는 향냄새가 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오늘날 동남아에서는 스님들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전혀 어색하게 보지 않는 국가도 있다.)
약 3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불교에서 계율의 역사 또한 그와 같다. 그토록 오래전에 생활과 문화가 전혀 다른 나라에서 지켜야 했던 규칙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에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21세기의 한국에서 불교 신자로서 지켜야 할 계율에서 문구와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원래 계율이 만들어진 이유가 무엇이었는가를 헤아려 보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에서의 규칙을 지키고 이해하는 것도 이러한데 한 국가의 통제규칙인 법률을 제정하고 따르는 것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을 위한, 국민 중심의 법률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의 법률이란 어느 정당이나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므로 보편적인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군사독재 시절을 경험했던 암울한 과거를 갖고 있는 우리는 법률이 특정집단을 위해 악의적으로 해석되고 적용됐던 예를 많이 경험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의 희생과 투쟁으로 자리 잡은 민주주의임에도 불구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자유권조약위원회)에서 몇 차례에 걸쳐 폐지 및 긴급한 개정을 권고했었던 국가보안법이 아직도 논란거리이고 집시법 폐지문제로 또다시 국회가 시끄러워지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지금 정부는 지난 정부에서 합의된 정책임에도 선거로 나타난 국민의 뜻까지 왜곡하며 자의적 판단으로 변경하려고 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 만약 그렇게 바꾸게 된다면 어느 정권에서 추진하던 그 정책과 사업의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인들이 한 번 잡은 정권이 영원할 수 없다는 당연한 진리를 기억하고 국민을 위한 적절한 합의를 이룸으로써 더운 여름 국민들 불쾌지수 올라가지 않도록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헛된 바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