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M(기업형 슈퍼마켓)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오픈 프라이스’ 제도로 인해 동네마트가 혼란에 휩싸였다.
지난달 30일 수원지역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7월 1일자로 라면, 과자, 의류 등 247개 품목에 대해 ‘권장 소비자가격’ 표시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새롭게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했다.
정부가 약 1년간 준비해 시행하는 이 제도는 정해진 247개 상품에 대해 제조사가 정해진 가격을 제품에 인쇄해 공급하는 방식이 아닌, 제품을 최종적으로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가격을 직접 책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새 제도의 시행에 따라 대다수 품목이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특히나 큰 영향을 받게 될 품목을 꼽자면 가공식품을 들 수 있다. 마트나 슈퍼 등에서 ‘SALE’을 가장 많이 하는 상품은 아이스크림, 과자, 라면 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원지역의 경우, SSM이 곳곳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동네마트들이 살아남기 위해 자구책으로 ‘아이스크림 반값 할인’, ‘과자 70% 할인’ 등을 내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할인의 기준이 되는 권장소비자 가격이 사라짐에 따라 가공식품의 세일 개념을 이제 찾아볼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정부는 제조사가 권장 소비자가격 금지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오픈 프라이스’ 제도는 동네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받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에게 날개를 달아 줄 전망이다.
정부측 설명에 따르면 이 제도가 시행됨으로 인해 과대 홍보를 피할 수 있고, 유통업체간 가격 경쟁 유도로 실제 판매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형유통업계 간의 ‘파워’ 경쟁을 불러 일으켜 판매 가격을 일시적으로 낮출 수는 있지만, SSM과 경쟁하며 근근히 생활을 유지해오던 동네마트들은 아예 문을 닫게 될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수원지역에서 동네마트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시행 전부터 큰 고심에 빠져 있다.
실제로 SSM이 들어선 팔달구 우만동 지역의 경우, SSM 주변의 동네마트 매출은 30% 이상 줄어들기도 했다. SSM 충격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이번 ‘오픈 프라이스’ 제도로 인해 지역 상인들은 대형마트가 동네 상권 잠식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김정중 금호동 마트연합회 회장은 “모순된 정부의 정책이 골목 상권, 동네 마트를 모두 죽일 수 있다”며 “시골에서 정해진 가격만 보고 물건을 판매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컴퓨터 없이는 가격을 알 수도 없는데, 이건 정말 모순이 극에 달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김 회장은 “제조사의 영업사원마저 정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제품 가격이 99% 오를 것”이라며 “이는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대형유통업체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다. SSM 때문에 아침에 가게에 나가기도 겁나는데 이번 ‘오픈 프라이스’ 제도 시행이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무섭기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