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를 바라본다.

환경칼럼= 김정섭(환경예술가)

이제 여름이 시작됐다. 전 국민을 열광하게 했던 월드컵 경기만큼이나 뜨거운 초여름의 열기 위로 시원한 소나기가 뿌려지며 도시의 숨통이 트인다. 근세기 들어 가장 이슈화되는 것이 ‘기후변화’라고 하지만,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는 계절이 시작되는 신호가 멈춰지지는 않는 것 같다. 한여름의 소나기는 여러모로 불편을 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물들이 살아가기 위해서 비는 더없이 중요하다.

모든 동식물들이 가장 활발하게 그 생명활동을 꽃피우는 계절이 바로 여름이며, ‘물’은 이들 생물들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절대필수 요소이다. 물 없이는 어떠한 생물들도 살아갈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특히 도시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물은 생명유지를 위한 필수 요소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내가 사는 의왕시에는 작은 습지가 하나 있다. 2005년 이곳에 임대주택단지개발지구로 지정돼 농사가 중단된 지 2년 만에 그 지역은 작은 습지로 변하였고, 그 작은 습지에 보호종인 두꺼비와 반딧불이 등 청정지역에서만 살아가는 동식물이 서식하게 됐다. 그곳은 곧 개발로 인해 도로가 들어서게 돼 사라져야 했고, 개발자 측인 공사회사와 환경단체는 이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결국 근처에 대체습지를 만들어 개체들의 이동을 유도하기로 하였다. 과연 그곳의 생물들이 안정적으로 이주를 했는지는 아직도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보기 드물게 도시 내에 습지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습지를 보호하려는 이유가 단지 그곳에 보호생물이 살기 때문만은 아니다. 도시 내에서의 습지는 생태계 보존의 장소뿐만이 아닌 하나의 자원으로서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천이나 연못, 늪으로 둘러싸인 습지는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달갑지 않은 곳으로 여겨져 왔다. 습하고 물이 고여 있는 땅은 농사도 짓지 못하고 사람이 거주하기도 어려워, 매립을 해 공장을 짓거나 도시에서 나오는 쓰레기 매립지로 이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 내의 습지는 환경적으로나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습지는 도시의 하수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습지에서 사는 갈대나 부들과 같은 식물들은 수중의 여과재 역할을 하는 동시에 대기 중의 가스를 수중에 전달함으로써 수중의 유기물을 분해하는데 필요한 용존산소량을 높여서 수질을 정화시킨다.

또한 습지 내의 식물들의 군락은 유속을 감소시켜 물리적인 침전 효과를 높이며, 장마철 호우나 홍수로 인한 갑작스러운 수량의 변화를 조절 시켜주는 역할을 해준다. 이는 토양을 보호하고 유지해주며, 하천의 가장자리를 지켜내어 주택지와 농지를 침식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습지는 영양이 풍부한 토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물을 통해 영양물질을 생물들에게 제공해 살 수 있게 해준다. 오랜 시간동안 물이 흐르고 고이는 과정을 반복하는 동안 다양한 생명체들을 키워내고, 수중어류의 산란장으로서 또한 철새들의 먹이 공급처의 역할을 해, 계절이 바뀜에 따라 많은 철새들이 이동하는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도시인들에게 습지는 정서적 안정을 제공해주는 휴식처이며, 어린이들에겐 자연과 생태계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생태 학습장으로서의 교육적 역할을 수행한다. 도시 내의 공원에서 볼 수 있는 인공연못이나 호수에서는 인공적으로 조림해 놓은 연꽃이나 창포 같은 식물들을 볼 수 있는 것이 고작일 뿐이다. 하지만, 습지에서는 수련이나 부들, 갈대처럼 뿌리를 물속에 두고 무리를 이루는 추수식물들과 개구리밥이나 마름 같은 부유 식물들이 그들 나름대로 군락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그 식물들 사이에서 공생을 하며 살아가는 곤충들과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가 자연과 함께하며 살아가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훌륭한 지침서이며 자연박물관인 것이다.

이런 여건 하에 조성된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기 위해, 휴식을 찾는 도시인들은 습지를 방문한다. 생태관광 자원으로서 또 하나의 습지의 역할이다. 관광사업으로서의 습지의 역할이 주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누리기 위해서 멀리 외국에서 찾아오는 경우는 보기 드문 일이 아니다. 그에 따른 부가가치를 생각해 볼 때, 생태관광만큼이나 지속가능한 산업은 없다.

이제 곧 여름철 장마가 다가온다. 장마는 수량을 증가시키고 외부 생물의 유입 등으로 인한 변화로 습지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이 시기의 유입된 수량이 남은 건조한 계절 동안 습지를 유지시켜 준다. 습지를 더욱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계절이 우기가 있는 여름이다. 지난 5월 22일은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점차 심각해지는 위협요인으로부터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유엔에서 제정한 ‘생물다양성의 날’이었다. 점점 심각해지는 생물자원의 고갈을 막기 위해 생물의 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이러한 생물들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에는 ‘습지’의 존재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녹색뉴딜사업’이라 불리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한 습지의 보전 문제가 심각하게 제시되고 있다. 4대강 사업 또한 물부족 해소라는 문제를 안고 시작하는 사업인 만큼 물의 중요성과 사업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냉철한 안목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이전의 어떠한 국가사업도 4대강 사업만큼 우리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것은 드물었다. 개발에 관한한 어떠한 긍정적 의견도 부정적 외침도 모두가 중요하다. 우리 삶에서 가장 나쁜 것은 무관심이며 무반응이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측이나 또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파괴되는 생태계를 걱정하는 이들도 모두 같은 마음으로 현재와 미래를 바라봐야 하며, 정부는 이들 모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업의 진행과정에 더욱 관심을 둬야 할 것이다. 생태계에는 인간과 인간이 살아가는 생활영역도 포함된다. 자연이 없이는 인간도 살아갈 수 없다. 다시 한 번 습지를 바라보고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