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화통' 참지말고 치료하자

건강칼럼 = 김정희(한의학 박사)

한국인의 정신건강이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일등 지상주의에 사로잡혀 너나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풍조다. 그러다보니 여기에서 낙오되는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고 병드는 것이다.

‘가슴속에 무언가 매달려 있는 듯하며 무언가가 치밀어 오른다.’ ‘자다가도 열이 치받아 벌떡 일어난다.’ ‘사는 재미가 없고 한숨만 나오고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가슴이 막혀서 터질 것 같고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 이는 화병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화병은 100명 중 4명꼴로 발병할 만큼 흔한 질환이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화병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드문 이유는 화병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기 스스로도 감추고 부정하려는 경향이 높다. 그러다 보니 병을 더욱 악화시켜서 치료를 어렵게 만들고, 심지어는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방향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부분의 자살은 화병이나 우울증 상황에서 발생하는 만큼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 대해서도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화병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화병은 우울증과는 약간 다른 우리나라 특유의 문화와 관련된 증후군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우울증과 신체화 장애, 불안 장애, 공황 장애 등의 복합적 원인으로 오는 질병이라 할 수 있다.

화병(火病)은 울화(鬱火)나 울증(鬱症) 등과 혼용돼 사용되는 한방적인 병명이다. 흔히 억울한 상황을 당하면 ‘기(氣)가 막힌다’고 하면서 주먹으로 가슴을 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일종의 화병이라고 할 수 있다. 울화(鬱火)는 기(氣)가 막히는 상태인 기울(氣鬱)증상이 오래돼 발병된다. 질병의 원인과 병리기전에 따라서 화병은 여러 가지로 나눠지며, 치료법 또한 각기 다르다.

대개 화병과 관련된 생활 경험은 가족문제, 사업 실패, 사기, 부당한 재판 등 비교적 최근의 경험들이며 현재도 진행 중인 사건들이다. 화병은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증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질환이다. 화가 나는 현실을 혼자 참고 삭이다 병이 된다. 화병이라는 것이 아무리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다고 하지만 환자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통을 받는다.

화병은 증상이 나타나면 상당기간 치료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쌓인 감정을 적절히 해소하며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을 살다보면 속상한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대처하느냐다.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마음 맞는 사람과 허심탄회하게 문제점을 털어놓고 의논해 최선책을 찾는 것이다. 화병이라는 것이 벙어리 냉가슴 앓다 생기는 병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즐기는 것이 좋다. 요가나 기공 등을 통해 경직된 몸과 마음을 풀어 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화병이 진행되면 개인적인 노력이나 상담만으로는 해결이 힘들다. 이런 경우 스스로 해결하려고만 해서는 안 되며 자칫 병을 키우기 쉽다. 이때에는 정신과적인 치료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병을 키우지 말아야 한다. 바로 병원을 찾아 바로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