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존경받는 아버지 되기

기고= 오병민 (수원상공회의소 조사팀 과장)

▲ 오병민 수원상공회의소 조사팀 과장
나는 요즘 매주 토요일 저녁이 기다려진다. 지난번 이 자리를 빌려 소개했던 ‘아버지 학교’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버스를 두 번이나 타고 또 10여분을 걸어야 하지만 늦지 않으려고 걸음을 재촉하는 나를 보며 ‘무엇이 나를 이렇게 이끌어 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서로 웃으며 맞이해주는 아버지들과 더 깊은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친해졌고, 학교공부 이외의 고민거리도 서로 터놓고 얘기하는 소통의 장이 됐다.

수업 시작 전 매번 지난주 영상을 보여주는 시간이 있다. 회상에 잠긴 사람, 웃고 있는 사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얼굴 표정이 화면에 담긴다. 우리는 그 표정에서 고민하는 아버지, 기뻐하는 아버지의 여러 모습을 발견한다. 지난주 숙제는 자녀와 아내에게 편지쓰기였다. 편지를 쓰다 보니 아버지께 편지를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자녀에게 편지 쓰기였다.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을 스스로 만드는 편지이기 때문이다. 편지의 내용과 나의 행동이 다르면 자녀와 아내에게 더 큰 상처만 남기게 될 것이다. 그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더 조심스러운 모습들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지나면 자녀와 아내를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진짜 아버지’가 되는 것 역시 알고 있기에 진지한 모습들이다.
 
딸아이의 답장을 읽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또 그 감동을 함께 느끼며 눈물을 흘리는 다른 아버지를 보면서 ‘이제는 진짜 아버지가 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답장을 받지는 못했지만 나도 편지를 보낸 이후에 아들의 바뀐 태도에 놀랍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이렇게 쉬운 것을 왜 몰랐던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껏 살면서 한 일이 길가의 돌멩이 하나 주워 담장에 올려놓은 것밖에 없다하더라도 그 돌멩이가 담장을 완성하는 마지막 돌이라고 얘기한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지금껏 아버지로서 아무리 한 일이 없어도 아버지의 존재만으로도 가족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는 아버지였던 것이다.

학교 졸업을 앞두고 제일 염려되는 것이 과연 어떤 아버지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배우기만 하고 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며 반성을 했어도 실천을 하지 않는다면 6주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싸우고 힘들었던 이야기에서 이제는 포용하고 이해하는 모습들로 바뀌었다. 내가 한번만 더 생각하면 가정이 달라진다는 예전부터 들어왔던 그 얘기가 답이었던 것이다.

아버지로서의 성공은 무엇인가? 사회적인 지위, 일의 성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아내와 자녀에게 존경받는 것이다. 특히 자녀가 있다는 것은 아버지의 역할을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마지막 수업시간에는 아내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중 아내의 발을 씻겨주는 시간이 있다. 발을 씻겨주는 것은 봉사와 사랑을 뜻한다. 이제 사랑과 봉사로서 아내와 자녀들을 지키겠다는 ‘진짜 아버지’가 되기 위한 예식이다. 이제 아버지 학교를 졸업하며 나의 아버지,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아버지로서 내 모습을 찾고자 노력했던 시간들이 그리워질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순간 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빠, 답장 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