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조심하라

매홀칼럼= 정지석(한국 YMCA 생명평화센터 소장, 평화학 박사)

설화(舌禍)로 망신당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지만 요즘 강용석 의원만큼 적나라한 경우도 없는 것 같다. 여자 아나운서가 되려면 몽땅 줘야 한다느니, 대통령이 여대생을 쳐다보고 전화번호를 갖고 싶어했을 것이라느니, 예쁜 여자 국회의원과 밥 한 끼 먹고 싶어하는 나이 든 국회의원들이 줄을 섰다는 등등. 시정잡배(市井雜輩)나 할 법한 이야기를 일류대학 졸업한 변호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했다.

면전에서 그런 말을 들은 여대생만 성희롱의 모욕감을 느낀 것이 아닐 것이다. 여자 아나운서들이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고 나섰다. 대통령 쪽에서도 단단히 화가 난 듯하며, 한나라당은 예외적으로 신속하게 제명 처분했다. 국회의원 제명까지 요구되고 있다 하니 혀를 잘못 놀린 대가가 작지 않다. ‘말을 조심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명을 보전하지만 입을 함부로 여는 사람은 자신을 파멸시킨다’는 잠언의 성경 말씀이 실감 난다.

공인으로서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일터인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너무 친하고 허물이 없어서 그랬던 것일까? 설령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조카뻘 되는 대학생들 앞에서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그런 정도로 저속하게 할 말은 아니었다. 일상생활에서 자기 멋대로 생각하고 말하던 버릇이 긴장이 풀린 사이 자연스레 드러난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자신의 말이 아나운서를 꿈꾸고 있는 여대생의 가슴속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 것인가는 생각조차 안 했을 것이다. 말하는 예의와 법을 기초부터 다시 배워야만 할 것 같다.

말은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그래서 말은 잘해야 한다. 특히 공인은 그렇다. 죽이는 말보다는 살리는 말을 잘 써야 한다. 나 자신을 비롯해 주변을 잘 살펴보자.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 넘치는가. 살리는 말들이 많은가, 죽이는 말들이 많은가? 인터넷 댓글에 흘러 넘치는 많은 말 가운데 사람들을 상처주고 자살하게 만드는 ‘죽이는 말’이 많다. 아이들끼리 말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보통 폭력적인 것이 아니다. 하는 말의 반이 욕이고 비난이고 냉소이다.

가족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오고 가는 말 중에 폭력적 말들이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수없는 폭력에 상처를 받고 아파한다. 부부끼리, 부모와 자식 사이에, 직장 상하 간에, 나이의 고하 간에 약점을 공격하고 강압적이고 가시 돋친 말들이 많이 오고 간다. 자존감이 높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서로 격려하고 지지해주며 존중하는 말을 잘하고 또 그런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행복한 삶의 중요 요인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게 그리 쉬운 일인가?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안 되는 것이 말을 잘하고 사는 것이다.

비폭력 대화법이 있다. 살리는 말을 잘하는, 그래서 삶의 습관이 되도록 돕는 일종의 생활 훈련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태도를 양육하는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평화교육이다. 오늘날처럼 비폭력 대화법을 습득하는 것이 요긴하게 요청되는 때도 없다고 본다. 유치원부터 청소년 그리고 성인에 이르기까지 생활교육운동으로 전개하면 좋겠다. 우리 속담에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한다. 말이 씨앗이다. 평화롭고 행복한 삶의 씨앗일 수 있고 반대로 폭력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번에 성희롱 설화를 일으킨 강 의원은 일류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기 전에 사법고시에 합격할 만큼 똑똑한 사람이었다 한다. 그러나 머리가 좋아 출세했다 해도 사람을 살리는 말을 하는 법을 습득하지 못한 까닭에 결국 망신살만 뻗치게 됐다. ‘입과 혀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역경 속에서도 자기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는 잠언을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할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