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에도 현답하는 정치인되길

기고 = 김영일(수원서장대로타리클럽 회장)

선거 때가 가까워 오면 정치 지망생들이 앞을 다퉈 출판기념회라는 명목 아래 지인들을 총동원해 세를 과시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지명도를 쌓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참석자들 또한 책의 내용에는 별반 관심이 없고 후원금쯤으로 생각해 적당히 돈을 내고 눈도장만 찍고 돌아간다.

며칠 전 정치인들이 해왔던 출판기념회와는 사뭇 다른 아름다운 출판기념회에 참석했었다.

전 수원시의회 의장을 지내신 홍기헌 의장이 그 주인공이었고 그의 두 아들과 딸이 아버지를 위해 불특정 다수가 아닌 지인들 중 500여명을 초대해 책값조차 받지 않고 만찬 자리를 만든 것이다.

MBC기자 경기일보 사장 수원방송회장 경기문화재단 사무총장 등을 끊임없이 지내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자랑스러운 수원을 글로 표현하면서 늘 지역사회를 위해 근심과 걱정을 놓지 않았던 그가 썼던 글을 모아 만든 책이기에 정말 뜻있고 값진 출판 기념회였다.

기념식이 시작되면서 “사랑도 해봤고 웃기도 울기도 했었고 가질 만큼 가져도 봤고 잃을 만큼 잃어도 봤으며 모든 것과 정면으로 맞서면서도 당당했고 내 방식대로 해냈던” 내용이 담긴 팝송 마이웨이(My way· Frank Sinatra)가 실내에 잔잔하게 울려 퍼질 때는 마치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대변이라도 하듯 식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책의 제목 ‘우문현답(愚問賢答)’ 청년운동에서 언론사 사장, 수원시의회 의장을 지내면서 수원사랑이 인생의 화두라고 자부하는 홍의장은 책의 제목처럼 살아온 동안 끊임없이 어리석은 질문(質問)을 했고 또 그 질문에 항상 현명한 대답(對答)으로 후배들을 이끌어온 수원의 영원한 형이었다.

지난해  모친상을 치르고 부조금 중 1천만원을 수원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양성에 써달라며 수원사랑장학재단에 기탁했던  홍기헌 전 의장,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말이 있듯이 장남 인호씨는 “저희 아버지는 외로움을 많이 타시는 분입니다. 외롭지 않게 지금처럼 늘 함께 해 주세요”라고 효심이 가득 담긴 부탁의 말에 하객들은 우렁찬 박수로 답을 했다.

가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 그도 이제 칠십을 넘어섰다. 하지만 세월의 힘이 그를 어떤 음식과도 쉽게 의기투합해서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자신을 숙성시키고 발효시킨 묵은지처럼 만들었다. 우리의 인생살이도 언제나 겉절이에 머물러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묵은지가 확고부동한 위치를 고수 하는 것은 오래 숙성돼 깊은 맛을 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방자치 민선 5기가 시작된 지 벌써 한달이 지나갔다. 기초단체 중 전국에서 최고의 인구 110만을 대표하는 수원시장과 시의회의장, 그리고 시의원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우리 수원시민들이 혹시 어리석은 질문이나 민원을 제기 하더라도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건넌다’는 말처럼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현명하고 만족스런 답을 줬으면 한다. 책의 제목처럼 우문을 해도 현답(愚問賢答)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