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생각하는 여름휴가

환경칼럼= 김정섭(환경예술가)

경제가 어려워 바쁘고 살기 어렵다고들 말한다. 그렇지만, 일 년 내내 다람쥐 쳇바퀴 돌듯 일에 치여서 사는 서민들에게 여름휴가는 일 년 중 가장 소중한 휴식의 시간이며 재충전의 기회다. 이때를 빌어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짐을 꾸려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과 삼삼오오 떠나지만, 휴가철이 되면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긴다.

바로 피서지에서의 쓰레기 몸살이다. 먹다 버린 음식물 쓰레기는 물론이려니와, 심지어 어떤 얌체족(?)들은 고속도로나 계곡에 생활쓰레기나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 폐가구를 버리는 경우도 있다. 보기에도 흉물스럽지만, 이 거대한 쓰레기 더미들이 모여 악취를 풍기면 눈살이 찌푸려지며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시작부터 휴가는 망쳐지기 시작한다. 이미 피서지로 이름난 강원도와 남부의 해변휴양지에서는 벌써 쓰레기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변이나 강가에서는 물결에 떠밀려온 쓰레기들과 부유물들이 피서객들을 반긴다. 비라도 오면 계곡 위쪽에서 버린 쓰레기들이 한꺼번에 하류 쪽으로 쓸려 내려와 거대한 쓰레기 섬을 이룬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때 버린 쓰레기들 때문에 토양은 물론이고 수중 생물까지 피해를 본다. 이 정도가 되면 보기 싫은 경치는 둘째 치더라도 수원지 오염이 더 문제가 된다.

공무원과 환경감시원이 동원돼 단속한다지만, 적은 인원이 많은 수의 피서객들을 감당하기란 턱도 없다. 무단투기현장을 잡기란 더 어렵다. 누가 버렸는지 알 수 없는 쓰레기들을 치우는 것도 한도가 있다. 국립공원의 경우 입구에서 임시로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기도 하고 쓰레기 수거함을 설치해 보기도 하지만 호응도이 좋지 못하다. 사후약방문만이 유일한 방법일 뿐.

어디 쓰레기뿐이랴. 강으로 산으로 피서객들은 아름답고 한적한 곳을 찾아 숨어들 듯 몰려온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이든 그냥 그대로 두는 법이 없다. 시원한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다가 자연과의 추억만을 가지고 그냥 떠나질 않는다. 신기한 돌을 보면 주워서 가져가고, 희귀한 식물은 화분에 옮겨심으려고 채집해 간다. 산천어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기 위해 쪽대그물을 든다. 귀한 산나물은 한 포기 남지 않고 다 캐어 간다. 후에 다시 자랄 수 있도록 얼마 정도는 남길법한데도 사람의 욕심은 그렇지가 않다. 몸에 좋다는 야생 식물이나 동물은 여름 한 철 휴가 동안 수난을 당할 수밖에 없다. 있던 그대로 놔두면 안 되는 것일까?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고 소문이 난 곳일수록 이러한 몸살은 더 심하다. 환경에 대한 인식의 부재다. 대부분 사람이 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함에 있어서 자신의 일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한다. ‘왜 환경이 중요한가? 우리가 환경을 소중히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원론적인 문제부터 이해해야 하는데, 그러한 교육이 전혀 돼 있지 않다.

단지 환경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나 어떠한 이해관계를 얻기 위해 내세우는 캐치프레이즈라고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그럴지도 모른다. 필자조차도 환경에 대한 이해를 시민에게 설명할 때에는 이런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조심스럽게 말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홍보는 소극적이어서는 안된다. 좀 더 효과적이고 자발적인 참여를 얻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홍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왜 그런 것인가? 그 해답이 바로 우리 자신이 환경을 소중히 보호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자연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깨끗한 환경은 자연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고 인간이 만드는 것도 아니다. 단지 있는 그대로를 우리 인간들이 지켜가는 것뿐이다. 우리가 버리는 것들은 결국 우리가 취하게 된다. 인간에게로 되돌아오도록 프로그램돼 있다. 자연은 그러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건강하게 살기 위해 지금 자신이 머무는 곳을 지키자. 그곳에 자연이 있다면 있는 그대로 놔두도록 하자. 지금 휴가를 가기 위해 짐을 싸고 있다면, 내가 찾아가 쉬고 오는 동안 오염시키지 않고 그 장소를 있는 그대로 놔두고 오는 데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확인해보기를 부탁한다. 올해 여름에도 행복한 추억과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기억을 안고 건강한 모습으로 휴가지에서 돌아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