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자산어보에는 흑산도에 사는 어류에 대한 기록만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류뿐만이 아니라 바다거북이나 조개, 수산식물 등에 관한 종류의 명칭, 분포, 습성과 함께 그것들이 인간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이용되는지에 대하여도 기록돼 있다. 심지어 형태를 기록하는 데 있어 청어의 척추를 하나하나 맞출 정도의 방식에는 현대의 생물학자들조차 감탄을 마지않을 정도이다.
물론 이러한 저서의 탄생에 있어서 당대 실학파의 영향이 컸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당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분야인 생물학 그것도 해양 생물학으로의 접근이라는 점과 흑산도 근해의 생물종다양성에 대한 연구라는 점에서 자산어보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현재 지구는 생물의 멸종이라는 크나큰 위기를 맞고 있다. 인간의 편리에 의해 서식지를 파괴하거나, 잘못된 자연자원의 관리, 상하수의 오염 등 인간 활동과 관련된 영향과 함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에 전례 없이 수많은 생물이 멸종돼 가고 있다. 흔히 생물종이라고 부르거나 생물종다양성이라고 하는 것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 생물종다양성에는 동식물과 균류나 박테리아 등과 같은 미생물들에서부터 지구상에서 찾아볼 모든 생물의 다양한 유전적 변이와 늪지, 삼림지 같은 서식지와 생태계까지 포함해 이른다. 현재 지구상에는 많은 생물종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으리만치 아주 빠른 속도로 사라져가고 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지구 습지의 절반이 사라졌으며, 삼림지의 절반 가까이 사라져 버리는 데는 고작 30년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 놀라울 뿐이다. 최근에 들어서야 인간은 사라져가고 있는 생태계와 생물들을 살리려고 부단하게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에겐 주어진 생태계정보가 없기 때문에 무엇이 멸종했는지 아니면 멸종 위기에 닥쳐 있는지조차 확실히 언급하기가 어렵다. 단지 몇 년간 서식지로 알려진 곳에서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멸종이 됐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을 뿐인데, 이렇듯 생태계에 대한 정보와 통계학적인 자료는 생태계의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습지에서 서식하는 어종의 종류와 분포 그리고 숫자, 이들의 먹이나 이동에 관한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면 습지환경을 추정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철새의 이동숫자가 해마다 줄어든다면, 분명히 철새들이 필요로 하는 먹이나 알을 낳을 장소 등이 오염되거나 적어졌다는 등의 추측도 가능하고 이에 따른 대책과 조사를 수립하도록 이끌어 줄 수 있다. 이렇듯 데이터와 지표들은 환경을 모니터링 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특정 생물종다양성에 대한 구체적인 생태계 지표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간혹 환경문제로 이슈화되고 있는 지역이나 생물 같은 경우, 지자체나 환경보호단체에서 미약하나마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러한 조사가 어려운 이유는 예를 들어 연못같이 아주 작은 생태계조차도 수많은 동식물뿐만 아니라 곤충이나 미생물까지 존재하고, 또한 이들은 유동적이기 때문에 정확한 지표를 내기도 어려울뿐더러 무엇보다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들의 수집을 언제까지나 미룰 수는 없다. 각 지역에서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생태지역을 지정해 그곳에 대한 생물종다양성을 조사한다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분명히 신뢰할 수 있고, 생태계에 대한 일반적인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에 유용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유엔에서 지정한 ‘생물다양성의 해’이다. 사라져가는 생물들에 대한 시급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이러한 생물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보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관심을 모아야 할 것이다. 또한, 각계각층에서의 생물 다양성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연구 자료에 대한 수집과 체계적인 접근을 위한 학문적·통계적인 수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민간, 학계, 정부 간의 긴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활성화돼야 한다. 또한, 국내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의 학문적 지표를 참고해 우리의 자연 실정에 맞는 생태계 지표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가 자손들에게 물려줄 유일한 재산인 우리 땅의 생물종다양성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하고 알려줘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것은 또한 이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권리이기도 하다.
자산어보에서 배워본다. 우리의 조상이 그들이 사는 환경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겼는지를. 자연만큼이나 중요하며 값진 재산은 없다. 우리 인간 또한 생물종다양성의 일부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