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등급심사 강화 당장 멈춰야

[기고] 김진규 수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 소장

경기도 내 장애인 연금 신청자 1만7000여명 중 6000여명에 대한 등급 재심사를 한 결과 1800여명이 등급 하향 판정을 받았다. 또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 3월까지 9만2000여명에 대해 재심사를 한 결과 등급이 내려간 사람이 36.7%에 해당하는 3만4000명에 이른다.

한편 등급 외는 5% 수준이다. 가짜 장애인을 잡아낸다고 하면서 활동보조서비스와 장애인 연금 대상이 아닌 사람을 찾아내 생존권이나 다름없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이명박 정부는 중증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 삶의 기본인 활동보조서비스 신청을 받고자 할 경우 장애 등급 재심사를 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 7월부터 시행된 장애연금도 똑같은 심사를 받고 통과해야만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고경석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지난 10일 “신규로 장애인등록을 할 때 의사가 진단한 장애등급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장애심사센터에서 재심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을 4∼6급 경증 장애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우리 센터를 통해 알게 된 여성 장애인 윤모씨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겨우 거동을 하는 윤씨는 활동보조서비스를 신청하라는 주위의 조언에 평소 알고 지내던 의사를 통해 알아봤지만, 오히려 장애등급이 내려갈 수도 있어 신청하지 못하는 것이다. 윤씨는 내년 이후가 되면 조금 나아질 수도 있다는 소식에 아예 내년까지 신청을 미루겠다고 한다.

이처럼 혼자서는 이동할 수 없는 30대 중반의 여성 장애인이, 더군다나 수동휠체어를 타고 이동을 하는 장애인에게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인가? 장애인 콜택시도 수원시가 주소지가 아니어서 안 된다고 한다. 생활권이 수원인데 말이다. 용인시 공세동이면 거의 수원과 인접해 있는 지역이다. 자립생활을 해보겠다며 센터의 활동가가 되고 싶어 하는 데 말이다.

정부는 오는 2011년 1급에서 6급까지 장애인 모두에 대해 등급 재심사를 전면 실시를 하겠다며 여기에 드는 예산으로 현재의 두 배인 153억원을 편성해 놓았다고 한다. 오는 2014년까지 이를 위해 2194억원을 쓰겠다고 한다. 이는 활동보조서비스 1년 예산을 훌쩍 넘는 액수다.

정부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장애등급을 재심사하고 예산 낭비를 줄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장애를 단순히 의료적 기준으로만 판단하고 장애 유형별 특성이나 형평성을 배제할 우려가 있다. 장애인에게 신변처리가 가능하다면 장애등급을 하락시키고 장애가 아무리 심해도 활동보조서비스와 장애연금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
 
경기도 장애인 담당 공무원은 국가지원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 복지서비스를 주기 위한 과정이라고 에둘러 국가시책을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지원의 기준은 등급이 아니다. 얼마나 그것이 필요한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장애의 유형과 정도를 떠나서 사람에게 등급을 지정하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의심스럽다.

이제 가족의 도움에서 벗어나 골방에서 나와 사회활동을 원하는 장애인들, 생활시설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는 장애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등급심사를 강요하는 이명박 정부와 행정가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장애인을 고깃덩어리로 만들고 등급을 매겨 낙인을 찍지 말고 활동보조와 연금을 최소한으로 보장하고 인간이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를 보장해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데 시간이 남는다면 고민하길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