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새벽에 불어 닥쳤던 ‘곤파스’의 위력은 강물이 불어나 주택과 농지가 잠기고 농작물을 망치던 예의 양상과는 달리, ‘토네이도’같은 강풍이 동반돼 '잠 못 이루는 새벽’을 보내게 했다. 출근길 아침의 풍경은 처참했다. 전봇대가 넘어가고 가로수가 뿌리째 뽑힌 것은 보통이고, 상가 간판들이 떨어져 주차해 놓은 자동차 위로 떨어져 손상을 입은 차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고층 아파트의 외벽이 강풍에 벗겨져 나가 인근 건물을 덮치기도 했으니 이번 태풍으로 비보다 바람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각 관공서와 소방방재청 등 공무원과 시민들이 당일 새벽부터 피해를 복구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아직 태풍이 지나간 상흔을 완전히 복구하기에는 어렵다. 초당 순간 최대풍속이 역대 6번째인 52.4m를 기록한 ‘곤파스’는 ‘폭풍후 후폭풍’을 남기고 갔다.
더 이상 두말할 것도 없이 이번 태풍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무시하고 설명할 수 없다. 대만과 일본, 오키나와 주변의 좁은 해역에서 강력한 태풍 세 개가 동시에 발호 됐다. 그 좁은 해역에서 한꺼번에 세 개의 태풍이 생겨난다는 것은 예전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제6호 태풍 ‘라이언록’, 7호 태풍 ‘곤파스’ 그리고 8호 태풍인 ‘남테운’ 이렇게 세 개의 태풍이 한꺼번에 각자의 진로를 따라 한국, 일본, 대만과 중국 등을 경유하고 갔다. 이 태풍들이 생겨난 해역의 수온은 평균 섭씨 28도로 예년보다 섭씨 2도씨나 수온이 상승한 상태였다. 바닷물의 수온이 2도씨 상승한다는 것은 냄비의 물이 부글거리며 끓어오르는 형국과 마찬가지라고 기상학자들은 말한다.
미국의 해양대기청(NOAA)에서는 올 상반기 지구의 해양기온이 평년보다 0.54도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다고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히로시마에 떨어진 핵폭탄 1500만개가 바다에서 터진 것과 맞먹는 영향력을 미친다고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에서 아열대 어종이 잡히거나 온난화의 영향으로 어장이 북상하면서 조업분쟁이 일어나기도 하여 해수 기온에 변화가 있음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또한, 온난화는 태풍의 진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에 오는 가을 태풍의 진로는 으레 일본으로 상륙하곤 했지만, 이번 여름 내내 맹위를 떨쳤던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서 물러나지 않음으로써 태풍의 진로가 바뀌게 됐다.
우리의 생활에서 섭씨 2도씨 상승은 무의미할지 모르나 자연에서는 커다란 영향을 끼치며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게끔 그 시나리오대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을 일깨운 인간이 앞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 가며 막을 수 있느냐는 아무도 알 수 없으나, 이제 우리 인간에게 일어날 일들은 막을 수가 없다. 이젠 우리가 자연에서 얻은 이기적인 대가로 인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이번에 지나간 태풍 ‘곤파스’로 우리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서울에서만도 수많은 가로수가 넘어갔고, 지하철이 불통이 되고 출근길이 마비됐으며, 전국의 160만가구에 정전이 되는 등 항상 기상으로 인한 피해는 도시보다 시골이 더 컸었지만, 이번엔 도시에서 더 큰 피해를 주었다. 각종 시설물과 광고물, 심지어 아파트 유리창들이 부서져 날리며 흉기 아닌 흉기가 됐다. 조금만 부실한 건축물들은 부서지고 피해를 입었다. 물론 이로 인한 피해보상은 경우에 따라 달라지지만, 특정 재해 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한은 그 보상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젠 태풍에 대한 강도에 따른 재해 대책도 달라져야 한다. 태풍이 온다고 하면 무조건 전깃불을 끄고 외출을 삼가라는 지시만을 내려서는 대책이 안 된다고 본다. 예전처럼 도시에서는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작을 것이라고 보면 안 될 것이다. 시설물에 대한 안전 기준을 강화하고 옥외 광고물에 대한 안전기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검토해 봐야 한다. 이번 태풍에서 드러난 부실시공으로 인한 피해를 조사해 다시금 건축물에 대한 안전 기준도 재검토해야 한다.
이젠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의 영향에서 피해갈 수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이겨내야 할 것 아닌가? ‘곤파스’가 지나가고 며칠 되지 않았는데, 9호 태풍 ‘말로’가 북상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가을 태풍의 전용통로’가 돼 간다. 태풍이 불 때마다 복구만 하는 것보다는 더욱 전문적인 자문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태풍에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해결의 열쇠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