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약, 좋은 약

건강칼럼= 김정희(한의학 박사)

안산에 사는 이모씨는 몇 해 전 동남아 외국여행 중에 산 웅담 때문에 큰일을 치렀다. 평소 만성 피로를 느끼던 차에 현지에서 웅담이 피로해소는 물론이고 정력 강화, 성인병 예방 등 만병통치라는 말에 혹해서 거금을 주고 사서 복용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효과를 못 본 것은 둘째 치고 기생충 감염으로 입원치료까지 받아야 했다. 외국여행의 증가와 한약이나 건강식품에 대한 그릇된 인식으로 이와 비슷한 일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일반인 중에는 고가의 약은 무조건 최고이며 몸에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런 생각 때문에 약효와는 상관없는 멸종위기의 야생동물이 수천만원씩 암암리에 거래되기도 한다. 이는 무지와 건강에 대한 비뚤어진 욕심이 불러온 결과이다.

정말 귀한 약재들이 그만큼의 효과가 있을까? 사람들은 비싼 약에 대한 환상이 있다. 만약 공룡이 한두 마리 실존한다면 가장 몸에 좋은 보약으로 둔갑할 것이다. 비싸면 무조건 몸에 좋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한약재 중에는 효능이 좋아서 비싼 것이 있고, 또 구하기 어려워서 비싼 것이 있다. 예를 들면 녹용 같은 경우는 효능이 좋은 경우이고, 웅담은 구하기가 어려운 경우이며, 사향은 모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비싼 약은 모두 보약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우황이나 웅담은 보약이 아닌 치료제이다. 사용 금지가 되기 이전에 고가로 거래됐던 서각(코뿔소의 뿔)도 코피와 같은 출혈성 질환에 치료 효과가 있는 치료제일 뿐, 몸을 보하는 효과는 전혀 없다.

웅담을 예로 들어 보자. 웅담은 간과 관계되는 질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한약재이다. 이담작용, 즉 담즙 분비를 촉진시켜 지방의 소화를 돕는다. 또한 타박상으로 혈액이 탁해지고 혈액순환이 안 돼서 생기는 통증에 효과가 있다. 청열해독(淸熱解毒) 작용이 있어 열독에 의한 종기나 치질에 효과가 있다. 또한 간열(肝熱)로 인한 안과질환에 효과가 있다. 소아들의 열성경련이나 간질에도 효과가 있다.

웅담을 이 같은 증상과 관련된 질환에 복용하면 아주 훌륭한 효과가 있다. 하지만, 막연히 항간에 떠도는 것처럼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웅담도 약이기 때문에 증상에 맞는 경우에만 복용해야 하며, 근거 없이 건강을 증진시킨다거나 피로해소나 정력을 강화시켜주는 약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비싼 약이라도 맞지 않는 증상에 쓴다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것이고, 아무리 값싼 약이라도 제대로 쓴다면 황금보다 더 귀한 값어치를 하게 되는 것이다. 비싼 약이 최고라는 근거 없는 얘기에 환상을 버리고 정확한 진료에 의해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