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손해도 좀 보자

매홀칼럼= 수산스님(대승원주지, (사)불교사상연구회 이사장)

교회에서 보통 여자 분들을 ‘자매님’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절에서는 여자 분들을 ‘보살님’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불교에서의 ‘보살’이란 여자를 나타내는 말이 아니다. 보살이란 원래 ‘보리살타’라는 말을 줄여서 부르는 용어인데, ‘보리’란 ‘깨달음’ 그리고 ‘살타’는 ‘중생’이란 의미가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보살을 해석할 때 첫째는 미완성의 의미로 ‘깨달을 중생’ 둘째는 완료의 의미로 ‘깨달은 중생’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살이 갖는 가장 적절한 의미는 ‘다른 중생들을 깨달음으로 이끄는 존재’라고 하겠다.

왜냐하면, 불교도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내가 부처가 되는 ‘성불(成佛)’에 있는데 보살은 아직은 부처가 아니기 때문이며 한편으로는 그 능력에 있어서는 이미 부처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보살의 임무는 바로 다른 중생들을 성불에 이르도록 도와주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내가 비록 부처가 되지 못하더라도 남들이 먼저 부처가 되도록 도와주는 분들이 바로 보살이다.

그래서 ‘지장(地藏)보살’이란 분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모두 꺼내줄 때까지 부처가 되지 않겠다고 맹세했으며, ‘관세음(觀世音)보살’은 이름 그대로 세상 사람들의 음성, 곧 소원을 모두 들어주겠다고 맹세하신 분이라고 한다. 그런 보살들이 맹세코 지키겠다고 세운 네 가지의 큰 소원이 있는데 이를 ‘사홍서원(四弘誓願)’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무엇보다 중생들을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도와주겠다는 것이 첫 번째 서원임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보살들이 갖고 있는 본연의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나는 법회 때 여러분이 바로 보살이니 보살의 마음가짐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준다.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한 요즈음이지만 우리 때로는 조금 손해도 보자고 한다. 때로는 조금 아파도 보자고 한다. 그래서 이웃이 이롭고 행복해진다면 그럴만한 가치는 있지 않겠는가라고 한다. 편리함과 게으름으로 아직도 자가용으로 학교에 다니는 나는 이번 학기 시간표를 받아 보니 1교시 강의가 이틀이나 돼 약간은 걱정스러웠다. 언젠가 월요일 1교시 강의가 있었는데 다른 요일보다 훨씬 차량통행이 많아 무척 피곤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벌써 십수 년째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오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엄청나게 넓어진 도로는 말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운전자들의 질서의식이 참 많이 변했음을 느끼게 됐다. 예전에 흔하던 갓길운행이 지금은 거의 볼 수가 없으며 양보운전도 많이 좋아졌음을 확연히 느낄 수가 있었다. 우리나라 참 좋아졌다고 학생들에게도 자랑하곤 했는데 출근시간의 급한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왜 그리 버스전용차선을 이용하는 자가용들이 많은지 개강 후 2주일 동안 학교에 다니면서 그 생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후 시간에는 그렇게 많다고 느끼지 못했는데 출근시간이기 때문인지 꼬리를 물고 달려가는 위반차들을 보면서 그동안의 내 생각이 틀렸을까 하는 아쉬움으로 참 불편하고 때로는 화도 나게 됨을 느낀다.

요즈음은 참으로 나, 내 식구 그리고 나의 것만을 지나치게 챙기는 것 같아 아쉽다. 무엇보다 내가, 나의 것이 소중하다고 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다른 사람의 것도 소중함은 잊은 것 같다. 자신의 시간이 아까우면 남의 시간도 아까운 것임을 잊고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으로 버스전용차로로 달리는 자가용운전자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하긴 버스전용차로로 달리던 버스가 앞 버스를 추월하겠다고 차선을 변경해서 깜짝 놀란 경우도 있으니 꼭 자가용운전자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효원의 도시 수원임에도 그 중심부인 팔달문 주위의 불법 주정차 차들을 볼 때마다 그 사람들의 마음은 어떻게 생겼는지 참 궁금했다. 단지 자신의 편리함 때문에 애꿎은 많은 사람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는 그 마음이 궁금하다. 명색이 도청소재지요 세계적인 관광지라고 자부하는 수원임에도 그렇게 법이 사라진 후진국의 모습을 보일 때 이방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불교에서 말하는 보살의 마음가짐은 바로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한 마음가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종교를 떠나서라도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나의 이익까지는 아니더라도 때로는 내가 아프고 힘들고 손해 보더라도 남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 봄직 하지 않은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