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걸
바람 들다
바람처럼 자락을 펼치며 솟구쳐
날아가고 싶던 날도 많았을 것이다
자식들 때문에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이 사셨지만
묵묵히 당신의 자리를 지킨 어머니,
마침내 바람 들었다
뼈마디 마디에 구멍이 숭숭 뚫려
밤낮없이 은밀하게 바람과 내통한다
매순간 뼛속에 저며 드는 바람 때문에
온몸이 들쑤셔 몸살 앓는다
바람 한 올 놓치지 않고
당신 몸으로 불러들인 어머니는
언제든 인연의 사슬을 끊고
훨훨 날아오를 기세다
늙고 병들어서야 비로소
자식에게서 놓여난 어머니는
저승꽃 핀 손으로 저린 몸을 주무르며
평생을 홀대했던 자기 자신과
애틋한 사랑을 나눈다
한사코 감추고 살아온 속내를
죽기 전에 밝히려고
거듭거듭 답답한 속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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