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는 다양ㆍ다원화 사회다. 넓은 영역에서 전문ㆍ기능직을 추구하는 사회다. 세계는 한시 바쁘게 경쟁을 몰아치고 있다. 창의력과 개척의 정신이 승부를 가리는 사회다. 사회의 변천에는 제도의 변천이 따른다.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국가고시는 더 말할 나위 없다. 우리나라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듬해인 1949년 국가공무원법이 제정돼 행정과, 사법과로 분류된 고등고시가 탄생했다. 행정과는 제1부(일반행정), 제2부(재정), 제3부(외부)로 나뉘었다. 제3부는 1968년 외무고시라는 이름으로 치러졌다.

 

외교직은 기계적 정답의 우수자가 양질의 외교관의 능력을 갖출 수 없다는 판단으로 2013년부터 제도를 바꿔 1단계 외교관시험(서류전형-필기시험-심층면접)을 치른 뒤 '외교아카데미'에서 1년간 교육을 수료하고 나서 외교관을 뽑겠다는 시안을 내놓고 있다. 그 공백기에 특채라는 비리가 불거진 것이라고 보인다.

행정과는 1953년부터 제4부(교육행정) 가 추가됐다. 행시공부는 합격을 위한 공부이지, 공무원 실무와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응시자의 적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전문성 있는 인재를 널리 확보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을 내놓았다. 그 주된 내용은 행정고시로 뽑던 5급 공무원의 30%를 내년부터 서류전형과 면접만을 통해 전문가로 선발하고, 그 비율을 2015년에는 50%까지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명환 장관의 딸 특채사건이 터지자, 무릎을 꿇게 됐다. 시험관들의 주관으로 이뤄지는 채용방법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을 이기지 못하는 개성 때문에 성공할 수 없다는 판결만 다시 입증한 꼴이 되고 만 것이다. 또한, 다양한 분야에서 실력을 쌓은 사람들을 특채를 통해 중용하겠다는 취지는 '특채'라는 용어 자체가 일반국민에게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변천하는 사회에 걸맞은 채용방법이 마련돼야 한다. 사법고시는 시험과목은 이른바 6법전서의 암기로 판가름이 나는 형편인데, 다원ㆍ다양한 사회에서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을 6법전서의 잣대로 판결한다는 것은 사회 경험이 터무니없이 부족한 젊은 판ㆍ검사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법연수원을 통해서 판례위주의 수업도 다시 하고, 실습의 경험도 갖춰보지만, 역시 변호사생활을 통해 적성과 능력을 인정받아 유능한 인재로 선발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고시축소와 함께 이뤄지는 전문가와 능력 있는 실용적인 적임자 채용은 분야별 자격증제도와 함께 투명성과 공정성이 수반돼야 한다.

이 모든 맹점은 대입 수능고사에서 비롯된다고 보인다. 수능고사의 폐해는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누구나가 망국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못난 정책입안자는 과목축소를 들고나왔으나, 수능시험과목 이외의 수업은 중ㆍ고교생들이 공부하지 않는 병폐가 번지고 있는 형국이다. 차제에 수능고사를 폐지하고, 대입시험은 대학에 일임하는 것이 좋겠다. 중ㆍ고 내신 성적의 보편성을 찾기 위해 학년별, 학기별, 과목별 평가시험을 치르고 내신성적 참고가 되도록 하는 타당성을 찾았으면 한다.

그리고 대학에서 사회로 진출하는 데 엄격한 수능시험을 전공별로 치르게 하고, 거기에 각종 자격증과 실험, 실습 수료증을 겸비하도록 하는 등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을 대학면학의 기본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 작년 QS 세계대학 졸업생 평판도에서 서울대는 142위, 카이스트는 185위, 연세대 248위, 고려대는 263위, 포스텍은 346위로 발표되지 않았는가?

이제 대학은 학문의 전당이 아니다. 상아탑이 아니다. 세계 기업의 전쟁 무대 위에서 주역을 맡을 인재를 키우는 곳이다. 21세기는 인류 역사상 가장 대단한 창의와 혁신의 시대다. 그 주체가 과거와 달리 현재는 엄청난 다수로 넘어왔다. 창의성이란, 통합적 사고와 상상력에서 나온다. 시야를 넓히는 중고등학교의 수업과 취미를 살려 전공을 찾아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덕목으로 매진하는 대학사회의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그 정책은 일단 16개 교육감이 앞으로 2년 후 수능고사를 폐지하겠다고 결의하고, 대학에서 사회진출을 위한 수능고사로 떠넘겨야 한다. 정부가 경제단체와 연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실용적 사원을 채용하는 제도를 마련해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에서 젊은이들이 창의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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