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어찌어찌해서 이제는 고구마도 거둘 수 있을 것 같이 보이고, 가을 상추도 푸릇하게 잘 자라줘서 나름 농사꾼이 지어놓은 밭처럼 보이게 됐다. 그동안 상추와 깻잎을 거두어 저녁거리와 함께 먹어도 보고, 물 많고 아삭거리는 오이고추도 수확해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는 기쁨도 느껴보고 있다. 마치 자식을 키우듯 잡초도 뽑아주고, 또 어떻게 관리해 줘야 잘 자랄 수 있는가 나름 연구도 해보고 있다.
늘그막에 귀농해 이렇게 농사를 지으면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하며, 시골에 작은 땅을 사서 만년을 보내는 꿈도 꿔본다. 괜스레 어릴 때 소풍 가기 전날 기분처럼 즐겁고 기대에 부푼다. 부모를 따라 농장을 찾아온 어린아이들은 토마토나 호박을 따며 신기해한다. 참으로 즐거운 풍경이다. 놀이동산이나 관광명소에 간들 이렇듯 아이들에게 자연의 고마움과 노동의 결실을 가르쳐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만한 생태교육장이 따로 없다.
요즘 도시에서는 텃밭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서울의 관악산과 불암산 자락 두 군데에 지역 커뮤니티의 성격을 도입한 신개념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기존엔 녹지에서의 불법경작을 단속만 했었지만, 이용 가능한 지역 내에 공원을 조성해 텃밭과 자연체험학습장, 휴게시설을 설치해 공공재의 성격을 더욱 강화하는 방편을 내세웠다. 또한, 땅을 밟아보기 어려운 아파트의 주민들을 위해 경기도 남양주 지역에서는 아파트 옥상을 이용한 텃밭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불과 몇십년 안 되는 짧은 시간 내에 산업화와 도시화를 이뤄냈다. 한국전쟁 후,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국민의 경제상황은 순식간에 부를 이뤘지만, 그에 따른 어두운 면도 우리 사회의 한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도시화와 산업화는 인구문제와 공해문제를 야기했다. 녹지공간을 축소시켰으며, 환경을 오염시켰다. 또한 인구의 폭발적 증가로 인한 쓰레기 문제와 거주지역의 협소화도 야기했다. 각박한 도시인들의 생활은 예전의 공동체적 생활습관을 잊게 했으며, 자꾸만 적체돼 가는 노령인구의 사회활동문제와 도시 내의 빈부격차, 풍요 속 빈곤의 대표적인 현상인 결식아동 문제 등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대두 됐다. 무엇보다도 바쁜 일상생활에서의 가족 간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은 각박해져 가는 세상을 더욱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도시인들에게 삼삼오오 모여서 작은 텃밭을 가꾸는 일이야말로 고향으로, 그리고 자연으로의 회귀본능을 일으키는 퍼즐의 한 조각일 것이다.
2003년 정부의 국토종합계획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임야가 전 국토 면적의 65.2%, 농지는 21.5%, 대지·공공용지 등 도시적 용지는 5.9%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 용지비율은 영국과 일본 같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형편이다. 또한 임야가 국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지만, 관리적인 측면으로 볼 때 효율적이지 못한 점은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제4차 국토종합계획에 수립된 7가지 전략 중 ‘친환경적 국토관리의 강화’에서 새롭게 제시된 ‘토지적성평가’는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국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토지체계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지형, 지질, 식생 등을 기준으로 토지적 성향을 분석해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분석 후 보전지역과 개발지역으로 나눠 지역별로 구분해 관리하도록 하며, 흔히 문제 돼 왔던 유휴토지에 관한 조사를 시행해 좀 더 효율성 있는 토지의 이용이 필요한 것이다. 국민이 잘살 수 있도록, 그리고 녹색의 풍요로움 속에 우리의 후손이 이어받을 수 있도록, 조그만 옥상의 텃밭을 운영하는 것과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에 그 무슨 커다란 차이가 있으랴. 우리의 땅을 우리가 직접 밟으며 자연과 흙에 대한 감사를 느낄 수 있도록 활용되기를 바라며, 필자의 텃밭경영 보고서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