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모력’ 없는 공정사회 교육 평가

노영관 수원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교육열을 가진 우리나라지만 과연 그 교육열이라는 것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의 진정한 교육 효과를 낳고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잠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교육제도나 또 거기에 발맞춰 학부모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게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다. 또한, 3~4년마다 바뀌는 일관성 없는 교육제도는 사교육을 부추기고 사교육비를 늘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맹모삼천지교'를 부모의 당연한 도리로 여기는 우리나라 정서상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길에 놓일 때가 많다.

교육의 질이나 수준이 예전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며 세계화 속에 살아가는 데 있어 우리가 시대적 요청에 발맞춰나가야 함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기는 하다. 그러나 왜곡된 요즘의 교육열에 대해선 어디까지 수용하고 인정해야 할지 가늠할 수가 없다. 능력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현실 속에서 획일적이고 수직적인 능력에 기초한 교육은 이제 탈피해야 마땅하다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가 올해 3월부터 고등학교부터 우선 적용하고 4월부터 초·중학교로 확대하고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 종합지원시스템'은 조심스러워진다. 이 시스템은 미래를 준비해 꿈을 이뤄 나가는 나만의 보물단지로서 학생이 언제 어디서든지 로그인하여 학교 내·외에서 교과 이외의 활동을 스스로 기록 관리해 의미 있고 소중한 학교생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나가는 공간으로서 잠재력, 소질, 인성,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돼 학교생활기록부와 연계, 대학입학 시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교과 이외의 학교생활에 대한 과정과 결과를 참고할 수 있는 학생이해자료로 활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학부모들의 손길이 닿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진정 나를 위한 나만의 포트폴리오가 만들어져야 함에도 대학 진학을 위해 평가받기 위한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또 얼마나 학부모들의 능력이 더해질지 모른다.

얼마 전 모 신문에 올려진 기사를 보니 내용인즉 중학교 2학년생이 과제를 하는 데 있어서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은 참고문헌 달기를 해 결과물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는 스스로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타이르기는커녕 그 학생에게 칭찬과 상을 줬다는 것이다. 이는 학생의 능력보다는 부모의 능력이 발휘된 과제를 요구하는 듯한 교육 양상을 보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부모님들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점점 왜곡돼 가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졌는지, 언제부터인가 아이들의 과제가 학부모들의 능력 평가 과제로 돌려지는 듯함이 가슴 아프지만, 그 장단에 맞춰 평가하는 교사의 자질 역시 의심이 든다. 물론 극소수의 잘못된 의식을 가진 교사이긴 하지만 우리가 간과해서도 안 될 부분이다.

바로 눈앞에 놓인 현실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짊어지고 갈 아이들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돌이켜 생각해 본다면 진정한 미래를 생각하는 교육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적절한 학습기회 제공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시점에 취지는 좋으나 이러한 여러 교육 관련제도들이 현재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조금은 버거움을 느낀다.

아직 우리나라 교육 현장은 대다수가 취업과 대학 진학을 위해 책과 씨름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생겨나면서 거기에 따른 부수적 교육제도가 많이 편성되고 있는데 지금은 과도기적인 단계가 아닌가 싶다. 비교과활동 평가시스템이 부모의 능력과 재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좀 더 나은 성장과 교육을 위해 만들어지는 정책들이 그 근본 취지대로 실효를 거두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점수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정책으로 흘러가는 것이 미래를 생각해 볼 때 염려스러울 따름이다.

학생 개개인이 부모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교육 현장에 있는 모든 이들이 노력과 관심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능력 있는 부모를 둬서 스펙을 잘 쌓을 수 있는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는 공정한 사회와 맞지 않으며 이는 공정한 교육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공교육의 외침이 그저 메아리로 남지 않도록 공교육의 이념과 기능이 효과를 발휘하고 공교육 내실화와 교육만족도를 높이고자 내 놓는 정책들 역시 현대사회에서 적합성을 상실해가지 않도록 정당한 평가와 정책이 이뤄질 때 우리나라 교육이 제대로 서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