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사회적 책임의 국제표준

김정섭 (환경예술가)

기후변화, 환경문제, 경제 불황 등 전 세계적인 공동관심사가 늘어나면서 인류의 공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소통(Sustainable Communication)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19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2005년부터 5년간 추진해온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ISO 26000)이 국제표준으로 최종 결정되었다고 발표했다. ISO 26000이 중요한 이유는 기존의 ISO 9001(품질경영시스템)이나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과 같이 산업분야를 중심으로 한 국제표준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ISO 26000는 사회적 책임에 관한 자발적인 국제 표준으로, 사회적 책임에 대해 ‘투명하고 윤리적인 행동을 통해 사회와 환경의 의사결정 및 활동의 영향에 대한 조직의 책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에 있어, 보건, 사회복지 등 지속가능한 개발에 조직의 공헌을 최대화 시키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한다. 거버넌스, 인권, 노동, 환경, 공정운용관행, 소비자, 지역사회 참여와 발전이라는 7대 핵심주제와 조직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실질적인 내용으로 이뤄져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조직이란 정부뿐만이 아니라 NGO, 기업, 소비자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우리 사회의 모든 조직을 말한다. 이제 지속가능한 발전에 있어 개인이나 정부만이 아닌 기업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이제 기업은 단순히 이익만 좇는 것이 아니라 사회와 환경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기업은 사회적 책임으로 ‘노블레스 오블리쥬’의 수준에서 기부, 자선 등의 가장 낮은 단계의 사회적 책임에 머물러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기업은 사회적 책임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있던 시대에서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는 시대가 됐다.

더구나 이번 사회적 책임의 국제 표준제정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책임도 포함되어 있어 이제 환경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예전과 달리 투명하고 공정하게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전의 지속가능발전에서 출발한 지속가능경영과의 차이는 지속가능경영이 기업의 성과가 얼마나 ‘환경에 도움이 되었는가 ’를 평가한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사회문제에 대한 기업의 역할’에 초점을 둔다는 데에 있다. 원론적인 의미는 같지만, 그 범위와 대상에 있어 차이가 난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환경에 대한 ISO 26000의 기본 시각은 ‘조직의 의사결정과 활동은 조직이 어디에 있든 자연환경에 항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즉, 환경적 책임이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전제 조건이며, 미래를 위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오염방지, 지속가능한 자원 활용, 기후변화 완화 및 적용, 환경보호, 생물다양성, 자연서식지 복원 등이 ISO 26000에서 논의되고 있는 환경에 대한 이슈이다. 이 중에서 기업의 활동과 관련이 없는 것은 없다. 단적인 예로 석유회사 BP를 들 수 있다.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고로 명성이 추락한 영국의 석유회사 BP는 자회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사고해결과 복구가 아닌 기업이미지 광고와 정보봉쇄에 쏟아 부어 비난을 받았다. 물론 이 회사의 주식에 대한 사회책임투자전문가들의 견해는 회생 불가능한 기업으로 간주 주식평가를 했다. 이는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적인 지표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라는 지표도 함께 고려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기업의 사회 책임에 대한 수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올해 초 지속가능경영원이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중 59%가 ISO 26000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실정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기업의 지속가능성보고서의 발행이 기업의 사회 책임에 대한 수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자료이지만, 실제로 아직 우리 사회의 기업에서 이를 실천한 기업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지속가능성보고서를 무조건 발행만 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닐 것이다. 기업이 그동안 수행해온 사회적 책임활동과 ISO 26000에 나타난 새로운 요소들과를 차분하고 면밀하게 비교 검토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편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기업에 또 사회에 있어 훨씬 유용한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업의 환경에 대한 투명성은 필수불가결한 전제이다. 이를 위해 제3자에 의한 검토와 검증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따라서 서로간의 커뮤니티를 조성해 원활한 의사소통이 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서로간의 감시와 견제를 염려해 숨기기만 하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소통이 없는 비판과 발전은 자기 발등을 찍는 결과를 안겨 줄 것이다. 이제 우리에겐 당면한 공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소통(Sustainable Communication)이 우선적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그리고 환경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