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땅의 여신 가이아는 혼돈에서 스스로 났다. 가이아의 많은 자손 중 데메테르는 곡물을 주관하는 신으로, 12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런 데메테르의 딸은 겨우내 지하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 봄에 고개를 내미는 새싹을 상징하는 페르세포네이다. 어느 나라의 신화를 보든 조상들은 땅을 신성시 여겼다. 질이 좋은 토양은 곡물뿐만 아니라 나무를 키워내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을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땅은 우리에게 무척 고마운 존재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농촌에 밝은 미래는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농촌의 희망은 없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판단기준과 정확하지 않은 이유로 생겨난 말이다. 부귀영화를 누리는 화려한 생활만이 인생의 모든 것이라면 그렇다고 긍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에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최종목표가 정겨움, 인간미 같은 따스함이라면 대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땅에서 나고 자란 것을 먹고 자란 우리는 땅에 대한 귀소본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일까. 푸른 하늘마저 쉽게 볼 수 없는 현대의 많은 도시인들이 귀농을 꿈꾼다. 2000년대 초반에는 귀농인구가 8백 명이 되지 않았지만, 10년이 채 지나기 전에 귀농인구는 2천 명을 훌쩍 넘어섰다. 정부에서도 이를 반겨 귀농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대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귀농을 하지 않는 도시인이라 해도 농촌에서 열리는 계절 농촌 체험 학습에 참여해 땅과 어울릴 수 있다. 부모나 인솔 교사와 함께 체험 학습을 나온 아이들은 도시에서 접할 수 없었던 땅의 풍요를 느낀다. 그러나 짧은 시간을 투자해 농촌의 안정감을 얻어내는 방식은 농촌의 푸근함을 전부 깨우치기 힘들다.

농촌은 현대사회가 잃어버린 정겨움과 여유로움을 품고 있다. 우리는 그처럼 중요한 감성을 잊고 경제적인 가치와 눈에 보이는 세련된 허상에 홀려 농촌의 가치를 과소평가 했다. 농촌은 메마르고 성긴 도시의 삶에 지쳐버린 사람들을 치유하는 경이로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농촌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삶은 부러움의 대상이자 희망의 현장이 되고 있다. 적지 않은 도시인들이 전원주택을 구입해 행복한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알리고 가꾸는 작업에 우리 농민들이 주인공이 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선진국 진입 마지막 관문은 농업의 발전이 아닐까? 농촌과 농업에 대한 투자야말로 국가의 풍요로움을 약속하는 가장 효과적인 투자일 것이다. 꿈과 희망, 풍요가 넘치는 편한 세상이 푸른 농촌을 타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지원하고 도우미 역할을 담당한 ‘푸른 농촌 희망 찾기’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농촌의 가치를 일깨우는 운동이다. 농촌진흥청은 ‘푸른 농촌 희망 찾기’ 운동을 보다 성공적으로 알리고 농촌의 가치를 발굴하기 위해서 농약을 줄이고 토양 보존, 악취를 제거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더불어, 이 연구로 농민들이 고향을 지키면서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는 영농기술과 소득 증대를 꾀하고 있다.

과거 농민들이 힘찬 각오로 추진한 새마을 운동 및 연구를 통한 녹색혁명의 성공은 우리나라의 산업성장을 이끈 원천기반이었다. 농업의 첨단 산업화를 위한 녹색기술 개발과 농촌의 선진화를 위해 농촌진흥청과 농민들이 펼칠 ‘푸른 농촌 희망 찾기’ 운동은 나아가 국가의 선진화를 위한 또 하나의 역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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