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때문에 사업체가 도산하고 가정이 깨지고 결국 그 개인이 망가진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지금 이 순간에도 가족과 가정을 멀리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도박이라는 '덫'에 걸려 헤어나지 못하는 주부들이 그 대표적인 부류다.

수원과 용인 일대 사무실과 콘도미니엄 등지를 돌며 수억원대의 도박판을 벌여온 조직폭력배, 주부 등 52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수원지검 강력부는 엊그제 속칭 '마발이' 도박판을 운영한 혐의(도박개장 등)로 수원남문파 조직원 이모(44)씨 등 4명을 포함, 주부 등 모두 9명을 구속기소하고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도박판에 참여한 사람들은 주부 등 여자가 32명, 남자가 20명이며 조직폭력배도 5명이나 포함됐다. 속칭 마발이 도박은 화투를 이용해 수십명이 한꺼번에 판돈을 걸고 이긴 편이 돈을 갖는 방식으로 한판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오갔을 것이란 검찰의 추산이다.

검찰은 아직 기소하지 않은 도박 참가자 34명에 대해 보강조사를 거쳐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적발 당시 현장에서 판돈 6400여만원과 도박에 사용된 화투 등을 증거물로 압수했다고 한다. 조직원 이씨는 최모(45·여)씨 등과 함께 지난달 16일부터 20일까지 수원, 용인 일대 사무실, 콘도미니엄, 카페 등지에서 도박장을 개설한 뒤 수십명의 도박 참가자들을 모집해 속칭 '마발이' 도박을 한 혐의다. 이들은 선량한 가정주부들을 유인해 한판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걸고 도박을 벌여 1회당 수수료로 한판에 판돈 5~10%를 챙겼으며 단속에 대비해 도박장소를 매일 바꿨다.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주부 도박이 가정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심각성을 더하기 때문이다. 도박은 한번 손을 대면 마약 중독처럼 헤어나기 어렵다. 재미로 시작하다 본전 생각에 빠져들면 가족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남는 것은 고리대금의 빚과 주위의 냉대뿐이며 끝내는 이혼까지 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도박이 일생을 망치게 한 것이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자금난에 봉착한 조폭들이 주부들을 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다. 가정의 욕구 등을 해소할 수 있다며 유혹의 마수를 뻗치고 있는데 쉽게 넘어간 것이다.

얼마 전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실태조사 결과 성인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6.1%(2010년)로 나타났다. 상담 또는 치료가 필요한 중독자가 230만명이라고 하니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카지노나 경마 등을 레저로 생각하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지난 10여년 사이 카지노와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소싸움, 투견 등 사행산업 수와 규모가 크게 팽창했다. 도박이 성행할 토양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중독자들이 도박의 덫에서 빠져나오도록 돕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특히 주부도박단에 빠지는 일차적 원인은 불화 등 가정 안의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해소책은 역시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가족 간 진솔한 대화,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가 그것이다. 아울러 범국민적 중독예방치유 캠페인과 함께 조폭들의 도박환경을 발본색원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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