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재래시장이나 지하상가 등 전통상점가 주변에는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신규 개점이 힘들어지게 됐다.
특히 유통법 규제 범위를 벗어나는 부지가 많지 않은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대규모 점포의 신규 개점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25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안까지 국회를 통과하면 SSM 신규 개점은 더 많은 제약을 받게 된다.
◇유통법 국회 통과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전통상업보존구역 500m 이내에 대규모 점포의 입점을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유통법을 찬성 241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유통법 처리는 2008년 6월 민주당 이시종 의원 등 10명이 법개정안을 유통산업 발전법 일부 개정안을 제출한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유통법은 전통시장이나 전통상점가의 경계로부터 500m 이내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하고 여기에 대규모 점포를 운영하는 회사나 계열사가 직영하는 점포의 개설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유통법만으로는 SSM의 골목상권 진입을 막기에는 역부족인데, 이를 해결할 법안이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이다.
유통법의 쌍둥이 법안으로 불리는 상생법은 여야 합의에 따라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첫 안건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中企업계 환영
국회에서 통과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에 대해 중소기업 단체와 소상공인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는 10일 논평을 내고 “여야 원내대표들이 합의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크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두 단체는 이번 유통법 개정안 통과를 두고 “그동안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골목시장, 전통시장에 대한 무차별적인 SSM 진출에 대해 다소나마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점에서 의미 있다”며 “또 여야가 정치적 논쟁을 떠나 소상공인의 애로해소에 절대 다수 의원이 공감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단체는 아울러 “260만 소상공인 업계는 프랜차이즈(가맹점) 방식의 편법진출을 막을 수 있는 SSM규제법안인 상생법도 여야 6당이 합의한 대로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사중인 점포 ‘타격’
지난해 여름부터 대규모 유통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던 SSM 사업은 유통법 통과로 주춤하게 됐다.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볼 수 있는 재래시장은 전국에 1550여개이고 전통상점가는 40개가량 된다.
앞으로 전통상점가는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대규모 유통업체들은 신규 개점 계획을 세울 때 이 지역을 피해야만 한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현재 31개 점포가 사업조정 중에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전통상업보존구역에 개점을 앞두고 있어 유통법 통과로 개점이 안 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신규 개점을 앞둔 부지는 무용지물이 된다. 건물주와 계약 파기가 쉽지 않아 임대료와 관리비를 고스란히 물어야 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롯데슈퍼는 4개, GS슈퍼는 28개 점포가 개점을 앞두고 사업조정을 하고 있다. GS슈퍼의 경우 사업조정 대상 가운데 재래시장 주변에 개점을 계획한 곳은 없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지만 앞으로 신규 개점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 대형 유통업체들은 상생법 통과를 앞두고 가맹점 사업에 대한 계획도 수정했다. 홈플러스는 가맹점 형태로 SSM을 개점할 때 지분의 80%를 출자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 이 비율을 낮출 수밖에 없게 됐다.
롯데슈퍼의 경우 가맹점 형태로 SSM 개장을 할 때 지분 출자를 전혀 하지 않아 상생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롯데슈퍼는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 이미 주요 대형 유통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239개의 SSM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