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홀칼럼] 소통과 자기역할의 수행

수산스님(대승원주지, (사)불교사상연구회 이사장)

석가모니 부처님의 마지막 여정과 유훈을 기록한 경으로 알려진 『대반열반경』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어느 왕이 다른 국가를 정복하고자 했는데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부처님께 신하를 보내어 그 의향을 여쭤 봤다. 이에 대해 부처님께서는 그 신하에게 직접 답변하시는 대신 옆의 제자에게 정복당하려는 나라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하셨다. 즉, 그 나라의 백성이 서로 모여 나랏일을 잘 상의 하고 있는가? 서로 협력하면서 해야 할 의무를 잘 지키고 있는가? 훌륭한 전통과 규율을 잘 지키고 있는가? 노인들을 잘 봉양하고 있는가? 부녀자를 잘 보호하고 있는가? 조상을 잘 공경하고 있는가? 성자와 공부하는 자들을 잘 봉양하고 있는가? 등의 일곱 가지이다. 그리고 제자에게서 그곳 백성이 이상의 일곱 가지 사항에 대해 잘 지키고 있다는 답변을 듣자 그 나라는 더욱 번영이 기대될 뿐 쇠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부처님과 제자의 문답을 듣고 있던 신하는 그 뜻을 알아채고는 고마워하며 돌아갔으며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은 한 나라가 번영할 수 있는 일곱 가지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하나하나는 바로 민주적인 정부 운영의 기본이라고 하겠다. 더군다나 21세기 들어 민주주의가 가장 꽃피운 오늘날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지적이라는 점에서 부처님의 뛰어난 가르침을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

그중에서도 나라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소통과 자기역할의 성실한 수행을 첫 번째와 두 번째 항목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3천여년 전에도 나라의 운영에 백성의 의견이 충실히 반영돼야 하고 또한 각자가 서로 도우면서 자신의 의무를 잘 지켜야 나라가 번영할 것이라는 말씀은 오늘날의 우리를 반성하게 하는 경책(警策)의 말씀으로 다가온다.

얼마 전 신문에서 지난 7월 새로운 민선시장으로 취임해 시정을 이끄는 수원시장의 행정능력을 비난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내용을 살펴보니 소위 말하는 ‘흙탕물 소동’으로 말미암은 지적이었다. 사실 내가 있는 절은 물탱크에 수돗물을 저장하고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소동이 있었는지 언론을 통해서야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분이 식수로도 사용하는 물이니만큼 늦었지만, 이제라도 탱크를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많지 않은 나이에 인구 100만이 넘는 도시의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에 올랐지만, 평소 그분이 보여주었던 성실함과 올곧은 추진력으로 앞으로 변하게 될 수원의 모습이 너무도 기대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취임한 지 6개월도 안 된 지금인데 행정능력 운운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판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조금 더 시정운영을 지켜보고 그런 판단을 내리는 것이 공정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보도를 보고 시장과 부하 공무원과의 소통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확한 정보로 현장의 모습을 가감 없이 전해줘야 할 담당자와의 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역사에서 우리는 현실을 무시한 위정자들로 말미암아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았던 사실을 기억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듯이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적재적소에 배치될 때 조직이 잘 굴러가고 일도 순리대로 풀리게 된다.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로 나아가기 위해 주민이 참여하고 주민이 만들어가는 도시가 돼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서로의 소통이고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자기 의무의 충실한 수행이다. 비록 자세한 속사정이야 알 수가 없지만 보도된 이번 사건을 통해서 나는 담당 공무원들의 안이한 의식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발생된 사건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해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좌해야 할 사람들이 자신들의 의무에 태만했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새롭게 선출된 현 시장은 시간적으로 아직 조직을 완벽하게 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논공행상을 좋다 나쁘다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정말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자신의 눈과 귀가 돼주는 인사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만에 하나라도 흔히 봐왔던 모습처럼 명예를 이용해 권위를 내세우는 주변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모두를 위해 참으로 불행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치에 무관심해지려 하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어쩔 수 없이 듣게 되는 소리가 있다. 그중에서 무엇보다 시의 정책에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시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가웠고, 자신의 말보다 상대의 많은 말들을 경청한다는 말에 더욱 믿음이 갔다. 전임 시장부터 꼬여 있는 많은 과제를 풀기가 그리 쉽지 않겠지만, 무엇보다 일방적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는 정책의 실현을 위해 애쓰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다. 아직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선거운동 할 때의 그 열정과 포부를 잊지 말고 시정을 살펴주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석가모니께서 말씀하셨던 소통과 의무의 의미를 헤아리고 공무원뿐만 아니라 100만이 넘는 수원시민을 보듬고 아우르는 시장이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