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또 되살아난 구제역 `악몽`이 다시 되풀이 되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예천에 이어 영양으로 번지더니 이번에는 경기도 양주와 연천, 파주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 양주 연천 양돈농가에서 처음 발생한 지 하루만인 15일에 파주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다. 지금까지 안동 등 경북과 대구 등지에서는 42건의 구제역 의심 신고가 들어와 31건이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2주 사이에 구제역이 진정되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국은 구제역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사실상 방역망이 뚫린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러다가는 경기지역을 벗어나 다른 도(道)로까지 구제역이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방역 당국으로서는 비상한 상황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 벌써 구제역 발생이 세 번째다.
구제역이 발생할 때마다 당국의 굼뜬 초동 대처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곤 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초기대응이 좀 더 기민했더라면 구제역 확산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이번 경기지역의 구제역으로 벌써 돼지와 소 등 가축 29농가 21,771마리 이상이 살처분되거나 매몰됐다. 경기도 전지역에는 18,000 우제류 농가가 산제해 있다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해당 농가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러나 구제역 피해는 해당 농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전국의 주요 가축시장이 폐쇄됐고, 축산물 출하량과 경락가격도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피해 농가에 대해 신속한 지원을 다짐하고 있지만 일단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의 축산 농가는 원상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큰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책적인 배려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지난 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구제역 합동 점검·지원반을 꾸렸으며 경기도 역시 구제역 방역대책 상황실에 정부합동지원단을 제2청사에 설치했다고 한다. 이는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지 2주만에 합동점검반을 꾸렸다. 사전 방역은 고사하고, 사후 대처에도 얼마나 늑장을 부렸는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소를 한번 잃었으면 더는 잃지 않도록 외양간이라도 제대로 고쳤어야 하는데 앞서 했던 모든 약속과 다짐을 공수표로 만들고 나서 지금 또다시 수선을 피우는 셈이다. 늦었지만, 가축전염예방법 개정안이 한시바삐 시행되길 바란다. 구제역은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주로 발생한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일본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 일본 총리가 ‘국가적 위기’로 규정했을 정도로 축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비춰 새로운 구제역 바이러스가 국내에 들어올 위험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철저한 사전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방역 당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축산농가가 함께 항구적인 사전 방역체계 구축에 더욱 능동적으로 나서야 한다. 구제역은 언제든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