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 스마트 그리드를 위한 ‘스마트한 정책’

김정섭(환경예술가)

21일부터 서울시에서는 친환경 전기버스가 남산을 다닌다. 서울시가 내세운 ‘서울 그린카 스마트 시티’의 일환으로 시작된 전기버스의 운행은 2020년까지 전기버스를 노선에 투입시켜 전기차 12만대와 충전기를 보급할 계획이며, 2014년까지 총 377대의 전기버스를 운행할 예정이다.

이제 얼마간의 세월이 흐르면 가솔린 자동차의 시대는 막을 내리지나 않을까? 몇십 년이 흐른 후, 가솔린 자동차나 주유소는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나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전기자동차가 대기의 질을 개선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 목적으로 개발, 실용화된다지만, 실상은 미래의 세상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들 새로운 에너지 자원의 개발을 위한 시작 단계에 불과한 것이다.

예전부터 작게는 한 개인이나 국가, 민족에 관한 예언에서부터 더 크게는 세상의 멸망에 관한 예언까지 수많은 예언이 난무했지만, 지금에 있어서 불과 이삼십년이면 석유시대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예언만큼이나 자명한 것은 없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안으로 천연가스, 석탄, 우라늄과 같은 에너지 자원에 대한 기대가 크게 늘었고, 거기에 ‘온실가스’로 인한 문제가 대두되자, ‘온실가스가 없는 깨끗한 에너지’로 원자력과 태양광, 풍력 에너지 등이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최종적으로는 전기를 끌어내어 사용하는 것이므로 이 또한 무한 공급되는 에너지가 아니다. 원자력이든 태양광이든 어떤 것을 사용하든지 결국 개발단계에서나 실용단계에서 그에 상당한 화석에너지가 필요한 것임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결국,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를 위해 새로이 생겨난 것이 바로 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인데, 스마트 그리드는 말 그대로 ’똑똑한 전력망’으로 이해하면 된다. 기존 전력망에 정보통신 기술을 적용해 전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능형 전력망으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기본이기 때문에 전력 공급자는 소비자의 전력소비상황을 실시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고 반대로 전력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에너지 사용량과 요금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됨으로써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수 있다. 따라서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고, 더구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새로운 에너지인 풍력이나 태양광 에너지처럼 24시간 내내 일정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없는 경우, 전력 수요를 조절함으로써 더 나은 신재생 에너지의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마치 제철 채소와 과일이 많이 공급되는 여름은 가격이 싸고 겨울에는 가격이 오르듯이, 전기수요를 실시간 측정해 요금을 싸게 ‘세일’할 것인지, 아니면 비싸게 받을 것인지를 결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전기버스를 운행하는 경우, 급속충전과 전기요금 문제가 가장 큰 장벽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가 비쌀 때 충전하게 된다면 당연히 요금도 올라야 하고 그것은 고스란히 승객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몫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전기 수요가 가장 낮은 시간대를 이용하여 축적해둔 전기를 이용하게 된다면 도리어 낮은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결과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신재생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있어 필수적으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다.

세계 각국에서도 이 사업의 중요성을 인정하여 미국의 오바마 행정부 역시 스마트 그리드를 ‘그린 뉴딜’정책의 핵심정책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이미 유럽 각국에서는 신재생 에너지의 보급과 환경보호에 초점을 맞추어 전력 거래에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 또한 앞으로 5년간 2조위안(약 3000억 달러)을 투자해 중국 전역에 스마트 그리드 구축사업을 계획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좁고 초고속 인터넷이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볼 때 매우 발달해 있으며, 송배전 시스템을 한국전력에서 단일시스템으로 구축한 경우는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 있어서 환경적으로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스마트 그리드 사업은 어떠한가. 지난 G20 정상회담 기간 중 제주에서 열린 ‘한국 스마트 그리드 주간행사(Korea Smart Grid Week)’에서는 가정 내 에너지 효율화 서비스와 에너지 관리, 전력 거래 등에 관한 소개를 통해 국내의 스마트 그리드 사업이 전력소비의 내수뿐만이 아니라, 에너지 수출국 기반으로서의 도약을 위한 힘으로서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기회가 됐었다.

하지만, 화려했던 행사 때와는 달리, 지능형 전력망 촉진법과 내수 진작 및 수출산업화에 대한 정부의 대책 미흡과 거점지구 선정까지 지연돼 올해를 넘겨도 내수는 물론이고 외국 진출을 위한 비전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답답한 상황에 놓여 있다. 더구나 하드웨어적인 것은 물론이고, 발전, 송전, 배전에 있어 각 소비자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시스템 간에 유기적 연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상호운용을 위한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미비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개발과 각 기업에의 투자만을 지속하기보다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정책 추진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단지 선진국을 모델로 삼은 ‘따라 하기’사업은 단지 기술적인 하위레벨단계의 개발에 그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어느 선진국보다도 스마트 그리드 사업에 좋은 조건을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울 좋은 사업으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

보다 나은 스마트 그리드를 구축하려면 구체적인 비전과 장기적 로드맵을 세워 한국형 스마트 그리드 모델을 선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낌없는 기술지원과 연구개발에 투자하여 기술 테스트를 강화하고, 단지 기술 개발만을 목적으로 한 사업이 아닌, 전력시장 개편을 통한 또 하나의 ‘신재생 에너지 산업’으로 서의 자리 매김이 요구된다.

IT산업과 에너지 산업이 합쳐져 새로운 산업으로서의 발돋움을 위해서는 각 부처 간의 협조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정부의 흔들림 없는 정책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이는 이미 선택의 단계를 넘어서 우리의 미래가 걸려 있고 생존의 문제가 달린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정부는 스마트 그리드 사업을 위한 ‘스마트’한 경쟁력을 보여줄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