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후 컴퓨터는 디지털 기술 발전에 힘입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고, 현재에도 그 진화는 멈추지 않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종류의 컴퓨터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퍼스널 컴퓨터의 진화는 그 끝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다.
컴퓨터가 인간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을 말하자면, 아마도 수십권의 책으로도 모자랄 것이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영향 중 하나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의 변화일 것이다.
인류역사를 살펴보면, 역사 자체가 사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전과정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로마 제국 등과 같은 거대 국가의 출현은 명령을 전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간 장벽을 물리치고 얼마만큼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가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였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시간의 장벽을 물리치고, 국가 기록을 후대에 전하는 일 또한 인간의 중요한 과업 중 하나였다. 시간 장벽을 물리치고자 한 인간의 노력은 비석을 세워서 그 기록을 후대에 남기는 일로부터 시작해 책을 만들어 이를 보존하는 일 등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공간을 극복하고자 하는 일은 한동안 정체돼 있었으나, 전자 기술이 발전하면서 급속한 진전을 보게 됐다.
전화, 무선전신, 라디오와 텔레비전의 발명 등은 어떤 측면에서 보면, 모두 커뮤니케이션에서 공간 장벽을 극복하고자 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러한 소산물 중 단연 압권은 퍼스널 컴퓨터의 발명이다. 이에 가세해 1989년 팀 버너스 리에 의해 완성된 HTML은 퍼스널 컴퓨터에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전지전능한 힘을 부여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한 월드와이드웹이라는 인터넷의 탄생은 그간 인간의 숙원이었던, 커뮤니케이션 시공간 문제를 일순간에 해결하게 됐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퍼스널 컴퓨터는 IT산업을 창조했고, 현재에도 세계 중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보다 빠르고, 공간 제약 없이 자신의 의견이나 소식을 전달하고자 하는 인간 욕망은 이제 새로운 ‘바벨탑’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물론 이러한 퍼스널 컴퓨터가 인간에게 긍정적인 측면만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사생활의 침해 문제, 심각한 청소년들의 중독성 문제, 포르노 문제, 소위 ‘컴맹’의 문제, 세대 간의 단절, 계층 간 단절 등등 무수히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그럼에도, 언제 어디에서나 원하는 정보를 주고, 받고자 하는 인간 욕망에 기반해 그 산업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커뮤니케이션 역사를 주관하던 퍼스널 컴퓨터가 사라진다고 한다. 성급한 미래학자들 혹은 스티브 잡스 등 유명 CEO들은 이 말을 주저 없이 한다. 무슨 이야기인가?
다름 아닌 퍼스널 컴퓨터를 태블릿 PC가 대체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유선을 기반으로 한 퍼스널 컴퓨터의 정보통신 수단이 무선의 개인용 태블릿 PC가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물론 이들 말에도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 퍼스널 컴퓨터는 그 성장이 정체되거나, 사양될 것이 분명하다.
이를 태블릿 PC가 대체할 것이라는 것에도 어느 정도 동의한다. 하지만 문화적 측면에서 보면, 태블릿 PC는 앞서 언급한 인터넷의 제 문제를 더욱더 심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타당성 있는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며, 이용자 측면에서는 옥석을 가려내는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