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자연산’ ‘쥐’ 그리고 막말정치

노병성(협성대 광고홍보영상학과·언론학박사)

요즘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난투극’은 이제 드라마나 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한 장면 같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정치인들의 ‘말’이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있다.

얼마 전 연평도 포격사건 때, 인천시장이 포격으로 폐허가 된 한 구멍가게 앞에서 소주병을 들고 “어! 이거 진짜 폭탄주네”라는 말을 해 처참한 현장과는 어울리지 않는 언사로 구설수에 올랐다. 또 집권여당의 대표가 ‘보온병’을 포탄으로 말한 사건과 성형을 하지 않은 여성을 ‘자연산’에 비유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에 질세라 야당의 최고위원이 “헛소리 개그 하면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이명박 정권을 확 죽여 버려야 하지 않겠냐.”라고 발언함으로써 정치권의 말싸움이 점입가경이 돼 가고 있다. 야당은 일개 국가의 대통령을 ‘쥐’에 비유하는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놓고, 여론이 자신들에게 불리해지자 슬그머니 삭제하기도 했다.

우리가 다 알다시피, 말이란 단순히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한 인간의 인간됨 혹은 사람됨을 평가하는 척도이다. 대한민국 평범한 수준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을 떠나서, 수준 이하의 발언을 하는 정치인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어떠할까?

이들의 언사는 대한민국 정치수준을 나타내 줄 뿐 아니라,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점에서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학벌과 리더들, 그리고 우리가 선출한 국회의원이며 시장이 진정 이러한 모습이란 말인가?

또한, 말이란 말하는 사람의 도덕적 의식 및 윤리의식을 표출해 준다. 평균 수준 이하의 언어를 사용하는 정치인들의 윤리의식은 도대체 어떠한 것일까? 일반 서민들은 평생 룸살롱이라는 곳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이 태반인데, 이들은 버젓이 룸살롱을 운운하며 여성들을 인간이 아닌 생선에 비유해 말한다. 그들의 도덕적 의식은 무엇일까?

한편, 말을 통해 우리가 사는 상황이 정의되고 현실이 창조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들의 언어는 우리가 사는 현실 상황은 물고기 세상이며, 쥐떼들이 사는 세상으로 정의된다. 그들이 사용한 말들은 상황적 구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러하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와 말은 항상 책임성이 뒤따른다. 그래서 정치인이나 사회적 지도자들은 말을 할 때, 그 의미의 파장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정치지도자들의 말은 국민의 기를 살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국민 마음에 상처와 감정의 손상을 주기도 한다. 한번 입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도 않는다. 말은 정치인과 국민 간에 감정을 공유하는 공간인 동시에 국민의 의식적 연대를 이루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런 측면에서 정치지도자들은 언어사용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 우리 정치지도자들의 언어는 신중은 고사하고 말을 ‘한다’기 보다는 ‘내뱉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싶다.

인간의 희로애락은 언어와 말에서 탄생된다. 수도승들은 이러한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 ‘언어’의 의미를 잊어버리려 노력한다. 어떠한 말에도 흔들림이 없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한다. 다름 아닌 해탈의 경지이다. 정치지도자여! 우리네 국민은 말의 의미를 초월한 해탈 경지에 오른 수도승이 아니라, 오늘도 기쁨과 슬픔을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서민들이 대다수라는 점을 기억해 주길 부탁한다.

인간의 아픔과 슬픔, 고통을 잊고 기쁨의 정치, 희망의 정치가 되기 위한 언어와 말은 무엇인가? 정치인의 언어와 말은 국민의 감정구조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절망의 언어, 허망의 언어, 실망의 언어를 넘어서 희망의 언어가 되려면, 정치인들이여, 국민의 감정구조가 어떠한지를 먼저 주도면밀하게 살펴보기 바란다.